학생 체벌금지 법제화한다… 교과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시안 공개

입력 2010-08-18 18:41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18일 체벌금지와 학생인권보장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 시안을 공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바탕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 그동안 진보교육감의 체벌금지, 두발자유 조치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에 대해 방어적으로 대응하던 교육 당국이 학생인권 이슈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체벌금지 법제화=한국교육개발원 교육법 연구팀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학생권리 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체벌금지를 명문화하고 체벌을 대체할 징계·지도 수단으로 2가지 안을 제시했다. 현행 시행령에는 체벌과 관련해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훈육, 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해야 한다’고 돼 있어 사실상 체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됐으나 이를 금지한 것이다.

1안은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다양한 대체벌을 시행령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대체벌로는 훈계, 학생·보호자와 상담, 학교 내 자율적인 조정, 교실 안팎에서 별도 학습조치 또는 특별과제 부여, 점심시간 또는 방과 후 근신조치, 학업점수 감점, 학급교체 등 7가지다. 2안은 신체접촉이나 도구사용 등 직접적인 물리력 사용은 금지하되 손들기, 팔굽혀펴기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안이다.

연구팀은 또 개정 시안에 학생 징계 방안으로 ‘출석정지’를 추가했다. 현행 시행령 31조에는 학생징계로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퇴학처분 등 4가지만 규정돼 있다. 개정안은 특별교육이수와 퇴학처분 사이에 ‘출석정지’를 포함시켰다. 출석정지는 5∼10일간 등교를 정지하는 미국 학교의 정학(suspension)과 비슷한 개념이다.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명문화=초중등교육법 개정시안 18조에는 ‘학생의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인권을 보장한다’는 구체적 내용도 담았다. 개정 시안은 “학생의 권리 행사는 학교의 교육목적과 배치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권리의 본질적인 부분은 제한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두발·복장 등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학교 교육 환경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현의 자유 보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개정 시안은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지는 않았다. 표현의 자유는 그동안 청소년 인권단체들이 제기한 학내 집회 허용과 직결돼 일선 학교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는 이번 개정 시안을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교과부 박정희 학교생활문화팀장은 “다음달에 최종 개정 시안을 제출받으면 이를 바탕으로 시행령부터 개정할 것”이라며 “체벌금지 조항은 각 시·도교육감의 의견을 들은 뒤 의견을 도출해 내년 신학기부터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학기부터 체벌금지를 추진 중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환영입장을 밝히며 “입법 때까지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