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지령받은 첨단간첩… 전향했다 北보위부에 포섭된 60代 구속기소

입력 2010-08-18 21:19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1969년 무장간첩으로 남파됐다가 붙잡혀 전향한 뒤 다시 북한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한모(63)씨를 18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한씨가 전향 후 남한에서 40여년을 살면서 인터넷 등 첨단 기술을 배운 ‘진화한 간첩’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씨는 96년 6월부터 2007년 4월까지 네 차례 밀입북해 북한 보위사령부로부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남한 내 소재, 하나원(탈북자 정착 지원시설) 관련 정보, 남한에서 활동 중인 탈북자 및 탈북자 단체 동향 등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검찰은 한씨가 인터넷에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중국에 있는 북한 보위사령부 공작원 등과 댓글을 주고받는 형태로 연락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접선은 ‘골프투어’, 좋은 정보는 ‘몸에 좋은 약’으로 표현해 접선 일정 등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이 간첩들의 연락 수단인 ‘사이버 드보크’로 활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드보크란 공작원들이 땅 밑을 파내 무기 또는 암호 자료 등을 주고받는 곳이다.

검찰은 한씨가 북한에 어머니 등이 남아 있어 가족들과 만날 방법을 모색하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를 담당한 북한 내 부서가 2004년 12월 기존 정찰국에서 보위사령부로 바뀌었다. 북한 주민들의 반체제 활동을 단속하는 보위사령부가 대남 공작까지 업무 영역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