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심 증인 빠진 청문회는 안 된다
입력 2010-08-18 17:58
국회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것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의 업무능력과 도덕성을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기 위해서다. 청문회는 대통령이 인재를 구하면서 개개인의 약점을 발견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번 거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 청문회의 핵심은 증인 신문이다.
그런데 내주 열릴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핵심 증인들이 출석에 불응할 태세여서 부실 청문회가 우려된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청문회의 최대 관심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청문특위는 그래서 박 전 회장과 그의 부탁으로 김 후보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뉴욕 한인식당 사장 곽현규씨를 증인으로 채택,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청문회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이고, 곽씨는 8·8 개각 직후 잠적해 버렸다.
총리 청문특위는 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다루는 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노 지검장 역시 불출석 방침을 정했다. 이외에도 이재오 특임장관 청문특위가 이 장관 후보자 측에 자신의 연임을 위해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증인 채택했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총리와 특임장관 청문회에 이런 핵심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두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문회의 증인 불출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아프다,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다는 것은 불출석 사유의 단골 메뉴다. 대부분 핑계였음이 청문회가 끝나면 드러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국회가 불출석 증인 고발에 소극적이고, 검찰도 처벌을 꺼리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한 증인에 대해선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된 예는 거의 없다. 인사청문회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증언·감정법의 적용을 보다 엄격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