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역 소명 받드는 함께하는교회 홍민기 목사

입력 2010-08-18 17:33


‘다음 세대’를 강조하는 교회가 많다. 내일의 주역들인 10대 청소년들을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다. 청소년 대상 집회와 수련회가 점점 전문화되는 것도 그 일례다. 아예 10대만을 목회 대상으로 하는 교회도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다음 세대’가 구호로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교회 내 청소년 부서 담당 사역자는 1∼2년 후 청년부, 장년부로 옮겨간다. 청소년 담당 교역자는 마이너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어린이와 청년 사이의 ‘낀 세대’인 청소년들은 사회는 물론 교회에서도 갈 곳이 없다.

청소년 사역단체 브리지임팩트사역원 대표인 홍민기(39) 목사가 4년 전 함께하는교회를 개척한 것은 ‘다음 세대’를 표어가 아닌 비전으로 봤기 때문이다. 함께하는교회의 1부 예배는 청소년 예배다. 그런데 교육관이 아닌 본당에서 드린다. 홍 목사는 “앞으로도 이 예배는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에게 ‘교회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걸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다른 연령층이 배제된 청소년 중심만의 교회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교회는 모든 세대, 모든 계층이 모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출석 성도 400여명의 이 교회는 연령층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선교와 구제도 열심이다. 현재 에콰도르, 잠비아, 일본에 5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다만 홍 목사는 교회가 모든 사역을 다 잘할 수는 없기에 집중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는 청소년을 택했다.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홍 목사는 12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작은 교회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보며 상처도 많이 받았다. 상대적인 박탈감, 가난 때문이었다. 하나님께 반항하며 방황도 했다. 결국 그는 소명을 따라 고든대학에 들어가 성서학과 청소년사역을 전공했다. 1996년부터 미국에서 해오던 브리지임팩트 사역을 2002년 귀국한 뒤에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홍 목사의 별명은 ‘탱크 목사’다. 하지만 2007년 지하에서 교회를 개척한 후 1년 반 동안 계속된 가난과 우울증은 탱크도 무력화시켰다. 그는 개척 목사가 겪는 어려움은 모두 겪었다고 했다. 고민도 많았다. 굳이 목회를 하지 않아도 그는 청소년 사역단체를 이끌고 있었고, 합동신학교에서 강의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 교회를 꾸역꾸역 찾아오는 성도들은 그때마다 홍 목사의 마음을 다잡는 지주역할을 했다. “‘한 영혼’ 얘기는 많이 하지만 개척 안 해 본 사람은 결코 ‘한 영혼’이란 단어를 뼛속에서부터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지독한 고난을 통해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이지요. 그것이 가장 큰 유익입니다.”

현재 서울 신천동 아파트 상가 5층에 세 들어 있는 이 교회는 내년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안학교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모든 에너지를 상위 10%에 쏟아붓습니다. 나머지 90%는 버리는 거죠. 하지만 하나님의 교육 대상은 이 땅의 모든 어린이, 청소년들입니다. 그 방법은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을 발견하도록 달란트를 개발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학교가 필요합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동양선교교회로부터 수차례 담임목사 청빙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청소년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비록 작고 약하지만 분명히 저에게 맡겨주신 사역입니다. 죽는 날까지 청소년 사역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글=김성원 기자, 사진=홍해인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