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미디어 황제 머독 소유 ‘뉴스코퍼레이션’ 정치자금 100만달러 공화당 기부

입력 2010-08-18 18:00

‘내 갈 길을 확실히 가겠다.’



짙은 보수 성향으로 뉴스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적으로 당파성을 나타냈다.

폭스뉴스와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회장 루퍼트 머독)은 공화당 주지사 연합회(RGA)에 정치자금 100만 달러(약 11억7000만원)를 기부했다. 지난 6월 24일 이뤄진 100만 달러 기부는 RGA의 7월분 국세청 제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고 미 언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언론사가 이같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당파적 보도가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폭스뉴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했으며 그의 재선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 왔다.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폭스뉴스와 WSJ, 뉴욕포스트 등은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보수 성향과 친기업적 정책 등을 찬성하면서 공화당 후보들을 적극 지지하는 보도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정치자금 기부는 뉴스코퍼레이션과 공화당 간 동질성을 공개적으로 확인시키는 새로운 조치”라고 논평했다. 뉴스코퍼레이션의 잭 호너 대변인은 “우리 그룹은 시장경제의 힘을 신뢰하며,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 시점에서 RGA의 친기업적 관점이 아주 필요하다”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6개월 동안 RGA가 모금한 정치자금 총액이 58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한다면 뉴스코퍼레이션의 100만 달러 기부는 상당한 금액이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의 정치자금 모금에서 민주당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금융개혁에 화가 난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기관들이 올 상반기 동안 공화당 후보들에게 700만 달러를 기부했다. ABC방송과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액수는 민주당의 두 배이다. 상원 출마자 가운데 월가 선거자금을 받은 상위 10명 중 7명이 공화당이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뿌리는 대부분 대기업도 친기업을 표방하는 공화당에 우호적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올해 7500만 달러를 모금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규모다. 정치자금을 모으는 15개 보수단체가 선거자금을 3억 달러 이상 모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대대적인 공화당의 정치자금 모금에 비상이 걸린 오바마 대통령은 16∼18일 사흘 동안 위스콘신,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하이오, 플로리다주 등 무려 8000마일(1만2874㎞)을 돌며 선거자금 모금 활동을 지원한다. 하지만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조나 진보진영의 자금력이 아무래도 보수진영보다는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