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투기, 중국 라구향서 추락 1명 사망… 탈북·러시아 망명시도 추정

입력 2010-08-18 21:51


망명인가, 대열 이탈인가. 생존자는 있는가. 17일 중국에서 추락한 북한 전투기를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중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기가 전날 랴오닝성에서 추락해 조종사가 현장에서 숨졌다”며 “당국은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제트기가 빈 집에 추락해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러시아로 탈북?=사고는 17일 오후 4시쯤 중국 북동부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현 라구(拉古)향 쑹강(松崗) 마을에서 발생했다. 전투기 꼬리에는 북한 공군을 나타내는 파란 원과 붉은 별 마크가 선명했다. 한국군 당국 관계자는 “동체의 주날개 모양이나 기체 형태로 미뤄 미그-21 전투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투기는 사고 현장에서 160㎞ 떨어진 북한 신의주에서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에도 훈련 비행이 가끔 목격된 곳이다. 훈련 도중 방향 착오 등으로 대열을 이탈해 국경을 넘었을 수 있다.

탈북 가능성도 높다. 국경을 넘은 뒤에도 선회하지 않고 내륙까지 날아갔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국경수비대 소속 군인들의 탈북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 중이었다면 목적지는 러시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모든 탈북자를 북한에 송환하고 있다. 북한 전투기 조종사가 중국으로 탈북을 시도한 경우는 알려진 바가 없다. 1983년 2월, 96년 5월에 이웅평씨와 이철수씨가 미그-19기를 몰고 남쪽으로 넘어온 사례가 유이하다.

◇생존자 있다?=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조종사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인터넷에는 “추락 직전 낙하산을 타고 탈출한 사람이 있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일본 교도통신도 홍콩의 한 신문을 인용, 북한 조종사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낙하산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쑹강 마을 현장은 사고 당일 저녁부터 경찰과 군인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불시착인가 격추인가?=마을의 50대 노인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그렇게 낮게 나는 것은 처음 보았다”며 “훈련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맥없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 추락한 미그-21기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 북한 공군이 연료 부족으로 훈련을 자주 실시하지 못하는 사정을 감안하면 연료가 떨어져 불시착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격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은 사고 전투기를 흰 천으로 가려놓았다. 포탄에 맞은 흔적을 숨기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전투기가 추락하기 전부터 검은 연기를 뿜었다는 목격담도 있다. 현장에는 소방차 2대가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