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해피버스데이’, 출산장려 메시지에 재미 더한 公益 버라이어티

입력 2010-08-18 17:54


TV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 교훈, 감동의 ‘삼박자’를 갖추기는 어려운 것일까. 지난 15일을 마지막으로 MBC의 대표적인 공익 버라이어티 ‘일요일일요일밤에-단비’가 막을 내렸다. ‘단비’는 신변잡기적인 말장난만 가득한 리얼 버라이어티와 단연 차별화됐지만, 재미를 놓쳐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단비’의 종영 이후 KBS의 대표적인 공익 토크쇼인 ‘해피버스데이’(2TV·월 오후 11시5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피버스데이’는 연예인들의 막말과 잡담으로 가득한 토크쇼에 출산 장려라는 사회적 문제를 결합시켰다. 지난 3월 파일럿(임시 프로그램)으로 방송됐으나 반응이 좋자 5월 개편 때 정규 편성됐다. 프로그램의 모토는 ‘가임 부부가 한 명씩만 더 낳아 대한민국이 출산율 1위 국가가 되는 그날까지’다. MC와 게스트들은 산부인과에서 산모가 출산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며, 그 사이에 출산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다.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MBC ‘놀러와’나 SBS ‘긴급출동 SOS24’와 같은 시간대에서 경쟁하면서도, 최고 시청률 10.4%(7월 12일 방송), 평균 시청률 7.4%(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유지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프로그램의 미덕은 포맷이 주제에 부합하면서도 재미를 살린다는 점이다. MC 이경규와 이수근은 각각 원장과 간호사로 나오고, 보조 MC와 게스트들은 ‘축하 사절단’을 맡는다. 이들은 병원을 돌면서 산모 가족을 둘러보고 출산의 기쁨을 함께한다.

병원은 출연자들이 상황극이나 콩트를 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경규는 소심하고 변덕스러운 원장으로 분하고, 이수근은 원장 옆에서 깐족대는 간호사가 돼 게스트와 산모를 웃긴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그동안 토크쇼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려주며 오락만을 추구했다. 하지만 토크를 통해 출산을 장려하는 오락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어둡고 우울한 병원을 생명이 태어나는 뜻깊은 공간으로 바꿔놓은 점도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씨는 토크 내용이 너무 단편적인 것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사교육비나 여성의 근로 환경 등 구조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산모와 가족들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연을 신청한 산모와 그 가족들은 방송 처음과 끝에만 얼굴을 비추고 인사하는 정도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방송 끝에 아무리 출산의 숭고함을 강조한다고 해도 갓 태어난 아이를 몇 초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의미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리 이웃들이 들려주는 아이를 낳게 된 사연, 출산 과정의 에피소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재다. 이웃의 사연에서 재미와 감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