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김수완 최저연봉 연습생서 에이스로
입력 2010-08-18 21:15
지난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K와의 경기에서 롯데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위를 달리는 SK의 마운드는 한화 류현진과 쌍벽을 이루는 김광현이 나선데다 막강 타선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는 SK와의 시즌 전적이 2승 10패일 정도로 올시즌 철저히 짓밟혔다.
불안한 마운드를 화끈한 방망이로 받쳐줬지만 ‘공포의 홍대갈’ 선봉장 홍성흔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이마져도 무너졌다. 마운드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규약으로 보장하는 최저연봉인 2400만원을 받고 있는 신고선수(연습생) 출신 김수완(21)이 나왔다. 연봉만 보더라도 김광현(1억7500만원)의 7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김수완은 막강 SK 타선을 5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올 시즌 리그 최강 SK를 상대로 완봉쇼를 연출한 투수는 한시즌 23경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중인 류현진 밖에 없었다.
김수완은 지난 6월 1군에 올라온 뒤 9경기(6차례 선발)에 나와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하며 4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KIA와의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 이달 들어서는 3경기에 선발 출전해 21⅓이닝 동안 1자책점만 기록해 평균자책점이 무려 0.42다. 조정훈과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마저 부상으로 위태로운 롯데 선발진에 일약 에이스로 떠오른 것이다.
김수완은 고향에 있는 김해고에 다니다가 고교 선배가 지도자로 있는 제주관광고로 갔지만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2008년 롯데에 입단했다. 연봉도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최저 생계비인 2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양상문(현 투수코치) 2군 감독의 눈에 들면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하며 구질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난 6월 1군에 올라온 지 불과 두달만에 ‘연습생 신화’를 일궈냈다. 롯데로서는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캔 셈이다.
김수완은 “팀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면서 “꾸준하게 좋은 피칭을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