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전파의 황금어장인 '군 선교'가 흔들린다

입력 2010-08-18 16:25

[미션라이프] 흔히 군대는 복음 전파의 ‘황금어장’이라고들 한다.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면 대개 불안한 마음에 신앙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1004개 군인교회는 한국교회의 미래요, 교회 부흥의 새 출발점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교회 부흥의 원동력이었던 ‘군선교’ 사역이 최근 벽에 부딪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종단간 경쟁 가열과 신세대 장병들의 종교 무관심 등 선교 환경은 급변하는 데 기독교계의 대응은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가 18일 밝힌 ‘진중 세례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해 진중 세례(침례)를 받은 장병은 17만 1435명으로 2008년에 비해 3115명 줄었다. 이같은 수치는 1998년 20만 7951명과 99년 21만 6080명 등 10년 전과 비교하면 3~4만여명이 감소한 것이다. 진중 세례는 2000년 이후 17∼18만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군 세례가 이처럼 줄어든 원인은 우선 입대자 수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백석대 신학대학원에서 ‘군선교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창제 목사는 “출산율 저하와 정부의 병력감축 등으로 2000년대 초만 해도 연 37만명을 넘던 입대자가 최근 34만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전역 후 교회에 출석하는 장병은 4∼5만명에 불과해 진중 세례자 수 15∼20만명의 수치는 선교 열매 차원에선 의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온전한 군 선교를 위해 대대급 교회의 양육 사역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각 교단이 정책적으로 진중세례를 장려하고 군선교 교역자들을 파송, 지원,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군종 목사들은 대부분 연대급 이상에서 사역을 하고 있어 대부분의 장병들이 복무 중인 대대급 이하에서 구조적인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는 것. 진중 세례에 이어 실제 양육을 담당하는 대대급 이하 부대가 ‘군선교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외에도 각 교단의 군선교사 제도 마련과 군선교 상황 점검, 군선교 교역자 전문화와 안정적 지원 등을 선결 대책으로 꼽았다.

그동안 군선교에 적극적이지 않던 천주교와 불교 등 다른 종단이 최근 기독교계에 자극받아 군선교(포교)에 적극 나선 것은 더욱 위협적이다.

이문주 벧엘군인교회 목사는 “90년대까지 군선교가 기독교 독점 시대였다면 지금은 종단간 무한경쟁 시대”라며 “천주교의 경우 기독교의 ‘진중 세례식’을 벤치마킹해 로마 교회청의 지휘를 받아 ‘진중 영세’를 실시하는 등 천주교와 불교 등 다른종단들의 군선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력 강화를 위해 모든 장병이 종교를 갖도록 하던 데서 벗어나 무종교도 개인의 권리인만큼 허용해야 한다는 종교 정책의 변화, 종교에 무관심한 신세대 장병의 성향 등도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인 군 교역자는 “군선교는 2000년대 들어 급격한 환경 변화를 맞아 고전하고 있는 데 각 교단은 군선교에 대해 80∼90년대에 이미 해결된 문제쯤으로 여기고 있다”며 “군선교가 위기인 줄 모르는 한국교회의 안일함이 바로 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 군선교후원회 사무총장 양회협 목사는 “군선교의 산파역을 담당한 고 한경직 목사님은 군을 ‘전도의 황금어장’이라 부르며 총력을 다해 지원했다”면서 “군선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교 전문가들은 1970년대 이후 가속도가 붙은 한국교회 성장의 바탕에 군 선교가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60년대 북한 무장공비 침투가 빈번할 때 우리 군은 장병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1인 1종교 갖기’를 적극 권장했다. 이 기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곳이 교회였고, 군에서 제대한 젊은 성도들은 70년대의 급격한 기독교세 확장을 이끌었다. 또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기독교세 확장이 주춤할 때 군에서 전개된 제2차 진중 세례운동은 이를 극복하고 90년대 한국교회가 재도약하는 데 활력소가 됐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