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김재철 사장 지시로 결방
입력 2010-08-18 00:33
17일 밤 11시15분부터 방송될 예정이던 MBC의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김재철 사장의 지시로 결방됐다. MBC는 PD수첩 대신 ‘VJ특급 비하인드 스토리’를 내보냈다.
MBC 내에서 사장의 지시로 방송이 나가지 않은 것은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다룬 ‘PD수첩’이 유일하다.
MBC와 PD수첩 제작진 등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 등 MBC 임원들은 이날 오후 6시 임시 이사회를 열고 ‘PD수첩’을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국토해양부가 방송 내용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MBC 경영진은 방송의 최종 책임자로서 방송이 사실에 맞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사전시사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사전시사를 거부해 방송을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방송은 경북 영일·포항 출신의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 회원 등이 소속된 비밀팀이 개입해 정부의 4대강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는 내용으로, 4대강 사업의 실체를 폭로할 예정이었다.
16일 방송 내용이 보도자료로 나간 뒤 국토해양부는 서울남부지법에 “방송 예고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보도자료가 사전 배포되고 허위사실이 신문·방송·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17일 오후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기록만으로는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의 내용이 명백히 진실이 아니고 방송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PD수첩’ 제작진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도 경영진이 방송 불방을 결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미 어제 방송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시사교양국장이 사전시사를 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사장이 사전시사를 요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대본을 주겠다고 했으나 사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 불방이 결정된 후 시사교양국 PD들은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 모여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MBC 노조도 조중현 TV제작본부장을 항의 방문했으며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