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서거 1주기] 위기 상황서 재조명받는 ‘DJ 리더십’
입력 2010-08-17 18:41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서거 1주기(18일)를 맞아 ‘DJ 리더십과 비전’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DJ 계승자’라는 타이틀 거머쥐기 경쟁이 한창이다. 지난 10일 열린 ‘김대중 자서전’ 출판기념회에는 정세균 전 대표,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 박주선·천정배·김효석 의원 등 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민주주의 위기와 한반도 평화의 위기 상황을 볼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에서 새삼 DJ 리더십과 비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정신과 정책을 돌아보는 것이 과거 배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당면문제 해결과 미래 개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병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중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개혁 세력의 단결과 연합을 부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위력이 발휘되자 DJ 재평가 움직임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사람들을 만나면 ‘자기를 버리고 크게 연대하라’고 했고, 진보 정당 사람들을 만나면 ‘연합해서 크게 갖고 이익을 나누는 편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설득하셨다”고 전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서점가에서도 ‘DJ 신드롬’이 일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유지에 따라 지난달 말 출간된 ‘김대중 자서전’은 비싼 책값(5만5000원)에도 불구하고 출간 직후 곧바로 전국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삼인출판사 측 관계자는 17일 “출간 2주 만에 4만질이 판매됐으며 8월 한 달 사이에 7∼8만질 돌파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서거 1주기를 계기로 김 전 대통령과 영욕을 함께했던 가신그룹 출신의 동교동계 인사들도 다가온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재기를 모색하며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당권 유력 주자 캠프의 중책을 맡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동교동 특무상사’로 불렸던 이훈평 전 의원이 정 전 대표, 김태랑 전 의원이 정 고문, 박양수 전 의원이 손 고문 캠프에서 조직책을 맡았다. 동교동계는 이달 말쯤 전체 회동을 갖고 특정 후보 지지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각 캠프에선 비상이 걸렸다. 동교동계의 막내격인 40대의 장성민 전 의원은 직접 전대에 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원내 사령탑에 올라 정국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특유의 노련미와 협상력을 과시하며 최근엔 당 비상대책위 대표직도 맡는 등 거물급 정치인으로 도약했다.
김한정 최경환 비서관 등 40∼50대 참모 출신 주니어 그룹도 지난 3월말 ‘행동하는 양심’ 모임을 만들어 DJ 계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