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 같은 경남·광주은행 매물로 지방 ‘금융 빅뱅’ 막 올랐다

입력 2010-08-17 18:17


지방은행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를 민영화하면서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우리은행 등과 달리 따로 분리해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부터다. 경남과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산 23조원대의 경남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물밑 각축이 치열하다. 두 은행 중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은행은 자산 규모 60조원 안팎의 대형 지방은행으로 도약하게 된다.

◇경남은행 놓고 부산·대구은행 격돌=경남은행은 올 상반기 기준 자산 23조3348억원, 당기순이익 600억원을 기록한 알짜회사다. 경남은행은 1970년 부산은행 진주지점, 울산지점을 받아 설립했다.

이 때문에 부산은행은 ‘같은 뿌리’라며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부산은행은 다음달 중으로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설립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지주사 밑에 두 개 은행을 두는 ‘1지주 2은행’ 체제로 가겠다는 복안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유력하게 검토 중인 ‘인적 분할 후 매각’하는 방안을 감안할 경우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지방은행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대구은행도 같은 모델을 꿈꾸고 있다. 경남과 경북을 아우르는 영업망 확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간 공동지주사를 세워 인수전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부산은행이 동조를 하지 않자 최근 단독인수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에 경남도와 지역상공회의소가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지역은행이 도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상의에서 중지를 모아 달라”고 부탁한 것은 지역 분위기를 대변한다. 다만 인수자금 부담이 크다.

◇광주은행 어디로 가나=광주은행은 전북은행과 광주상의가 저울질을 하고 있다. 김한 전북은행장은 최근 지역 간 합의가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자산 규모에서 배가 넘는 광주은행을 삼키려면 지역 정서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광주·전남지역 상공인은 독자생존 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4개 상공회의소는 광주은행 인수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 이에 따라 1조원대로 추정되는 인수자금 마련이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1997년까지 국내 지방은행은 모두 10개였다.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지방은행 4개는 사라졌다. 98년 충청은행이 하나은행에, 경기은행이 한미은행(한미은행은 뒤에 씨티은행에 합병)에 통합됐다. 이듬해에는 충북·강원은행이 조흥은행(조흥은행은 신한은행에 합병)에 흡수됐다.

살아남은 지방은행 가운데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독자 운영되는 지방은행은 부산·대구·전북은행 3개뿐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