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2011년에 물러나겠다”… 여러 번 사퇴 의사 밝혔지만 시기 못박은 건 처음
입력 2010-08-17 21:32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내년 중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FP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1월까지도 이 자리에 머무는 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그동안 계속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퇴진 시점을 내년으로 못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장관직을 맡아온 유일한 각료인 게이츠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은퇴해서 부인과 서부 태평양 연안에 가서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때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게 계속 국방장관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또 게이츠 장관은 매번 받아들였다. 게이츠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각료 중 한 사람으로, 아프간 철수 작전도 그가 주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게이츠 장관이 사임을 검토할 때마다 결국 계속 일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성급한 관측을 경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게이츠 장관의 이번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가 물러나고 싶다고 밝힌 내년 하반기에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휘해온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이 마무리되면 자신의 임무도 끝난 것이라는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게이츠 장관은 왜 오마바 대통령 취임 때 사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2개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고 거기서 장병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나 혼자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자신이 내년 1월까지 재임할 경우 역대 22명의 국방장관 중 자신보다 오래 재임한 인물은 로버트 맥나마라, 도널드 럼즈펠드, 캐스퍼 와인버거, 찰스 윌슨 등 4명뿐이라고 말했다. 모두 너무 오래 재임하다가 여론이 좋지 않을 때 물러난 장관들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그래서 게이츠 장관의 사임 의사 표명은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후임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의원, 미셸 플러노이 국방부 차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장, 잭 리드 민주당 상원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