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장성택, 北 서열 3위 급부상”… ‘킹메이커’로 영향력 집중조명

입력 2010-08-17 22:06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서열 3위의 권력자’로 꼽으며 북한의 현 권력구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집중 조명했다.

WP는 ‘북한의 권력 세습-김정일이 장성택을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낙점하다’라는 제하의 16일자 1면 기사를 통해 “장성택이 북한에서 제3의 권력자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아들 김정은으로 권력 승계 과정에서 장성택이 ‘킹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유고시 김정은의 권력이 안착할 때까지 장성택이 배후에서 북한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WP는 “북한 전문가들도 장성택에 대해서만은 거의 만장일치로 북한 권력승계과정의 최대 변수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최근에는 장성택이 김 위원장의 휴가에 동행, 술자리 친구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위원장의 77차례 현지지도 중 40차례를 수행했으며, 김정은의 교육까지 맡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은 북한에서 후계자 김정은, 여동생 김경희와 더불어 최고 권력자와 직접 얘기할 수 있는 3명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WP는 한국 소식통을 인용, “김정일이 장성택에게 ‘나는 당신을 믿는다. 모쪼록 내 가족을 돌봐 달라’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장성택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공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방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데 이어 올 들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 권력 장악력을 과시했다. WP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앞으로 김정은이 국내문제를 맡고 장성택은 외교문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김정일 위원장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도 곁들였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할 때까지 당·군의 권력 엘리트들이 서로 견제하고 싸우기보다는 권력을 분점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WP는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권력 엘리트들 사이에서 벌어질 권력투쟁을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도 내놓았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