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 與 “청문회는 열어야”… “소명기회는 줘야” 최종 방침
입력 2010-08-17 18:23
한나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입장을 정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및 천안함 유가족 관련 발언 파문을 일으킨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야당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지만 잘잘못은 청문회를 열어 따지겠다는 것이다. 시시비비는 청문회에서 가려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비리 문제가 있는 후보자를 감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청문회는 열어야 한다”며 “후보자 본인에게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당의 최종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대해 의원도 국회 행정안전위 회의에서 “청문회를 하지 않으면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인사권자가 내정한 이상 국회에서 청문회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청문회 강행 의지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해 준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피하긴 어려웠다”며 “김 후보자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나라당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자신감 있게 “강행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분위기에 가깝다. 당내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를 계속 끌고 가다간 자칫 다른 후보자들의 문제점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문회까지 가더라도 조 후보자는 버티기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안형환 대변인은 “일부 의원이 조 후보자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세게 밀어붙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없는 애매한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를 희생양 삼아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공세를 희석시킨다는 이른바 ‘총알받이론’에 대해선 펄쩍 뛰었다. 안 대변인은 “특정인을 내세워 물타기하는 건 아니다”고 일축했다. 고 정책위의장도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든지, 청문회를 적당히 넘어가려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