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일세, 불순한 의도 망발 대가 단단히 치를 것”

입력 2010-08-18 00:31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에 대해 “북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극히 불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전했다. 이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뒤 이틀 만에 나온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역도(이 대통령)의 이번 악담은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모면하고 극악한 대결정책인 ‘비핵·개방3000’을 계속 추구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반통일 대결망발”이라며 “불순하기 짝이 없는 통일세 망발의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될 것이다”고 위협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경제→민족’ 공동체로의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서도 맹렬히 비판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매일 북침 전쟁연습을 벌이면서 ‘평화공동체’를 부르짖고, 북남 협력사업을 질식시켜 놓고 ‘경제공동체’를 운운하며, 북남 공동선언들을 전면 부정하고 통일을 가로막으면서 ‘민족공동체’를 떠드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비난도 사흘째 이어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제2의 조선전쟁을 일으키려는 범죄적 흉계의 발로”라며 “전쟁도발을 계속하면 절대로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중앙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16일(현지시간)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둔 것이며,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더타임스는 ‘실패할 청사진 속에서 숨겨진 메시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진정한 화해의 손길을 뻗치는 것도 아니고, 실제 통일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아니다”면서 “비판적으로 보면 실패할 것”이라고 통일세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통일세 제안은 북한 반발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