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누명 美 흑인, 27년간 억울한 옥살이
입력 2010-08-17 17:52
‘27년간 무고한 옥살이, 그러나 석방 이후에도 그의 잠 못 드는 밤은 이어지고 있다.’
억울한 옥살이의 주인공은 미국인 마이클 그린(45)이다.
그는 1983년 4월 18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겨우 18세였다. 고교를 졸업한 뒤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거나 용돈이 필요해 차를 훔치기도 하던 때였다. 이날 집 근처를 걸어가던 중 텍사스 주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백인 여성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됐다.
피해 여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네 명의 흑인 남성으로부터 차를 빼앗긴 뒤 성폭행 당했다며 그린을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재판정에서도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
그린은 재판정에서 판사에게 결백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사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면 5년형으로 감형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런 그에게 내려진 형량은 무려 75년이었다.
그린은 수감된 뒤 거의 매일 교도관들과 싸웠고, 85년에는 중범죄인으로 취급돼 독방 신세를 져야 했다. 그린은 “교도소에 있는 동안 미쳐갔고, 억울함에 자주 난동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고 16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005년 기회가 찾아왔다. 검사에게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는 청원서를 보냈고 검사는 피해자의 바지에 묻은 정액을 갖고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그린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청원서를 보낸 지 3년만이었다.
마침내 그린은 2주 전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미국 당국은 그에게 220만 달러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그는 요즘 줄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다. 그리고 보상금 대신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그린은 “진정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내게 한 일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며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으로 허비된 내 인생의 27년을 생각하면 220만 달러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분노했다.
NYT는 최근 10년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무죄 석방된 258명 중 4분의 3 이상이 그린의 경우처럼 범죄 용의자를 세워놓고 목격자가 지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체포됐던 억울한 용의자라고 지적했다. 목격자의 진술 또는 지목에 의한 수사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