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고도 욕먹은 블레어 전 英 총리… “이라크戰 죄책감 탈피용”
입력 2010-08-17 17:52
토니 블레어(사진) 전 영국 총리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처럼 글로벌 거액 기부 대열에 합류하기로 선언했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 칭송을 얻지 못한 채 기부 배경을 둘러싸고 비판을 듣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15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달 출간될 자서전의 수익금을 재향군인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예상돼 적어도 500만 파운드(약 92억원)가량의 수익금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6일 보도했다. 이는 재향군인회 사상 최대 기부액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거액의 기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비판 세력을 잠재우는 데 실패했다. 가디언은 이번 행동이 그가 유엔과 국내외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 대한 죄책감 덜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선 블레어 전 총리를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전범 재판에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었다.
지인들은 퇴임 후 각종 강연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려 생긴 ‘돈만 좇는 블레어’ 이미지를 탈색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블레어 전 총리 대변인은 “그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때부터 이런 구상을 했었다”면서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인이 치른 엄청난 희생을 기리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며 ‘의도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