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광폭 행보에 정유업계 ‘화들짝’
입력 2010-08-17 18:05
석유화학업체인 삼성토탈이 액화석유가스(LPG)와 항공유, 휘발유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면서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정유사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토탈은 지난달 3만t의 항공유를 싱가포르 국제시장에 첫 수출했다. 석유화학업체가 정유회사의 영역인 항공유 생산, 판매에 뛰어든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또 최근엔 휘발유 5000t을 생산해 호주 등에 수출했다.
앞서 지난 5월엔 충남 대산 공장에 국내 최대 규모인 4만t급 LPG 탱크 준공식을 열고 차량용 LPG 공급을 시작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탱크 시설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토탈의 다각도 에너지 사업 진출에 기존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토탈의 규모 자체가 작아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삼성토탈의 생산량이 기존 정유사들의 생산 물량보다 매우 적기 때문에 대규모 추가 투자 없이는 국내 휘발유 시장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PG 분야에서도 삼성토탈이 연간 수입하기로 한 100t은 국내 전체 LPG 수요의 9% 수준에 불과한 데다 SK가스와 E1의 LPG 저장 능력이 각각 46만6000t과 39만3000t인 것에 비하면 저장능력 역시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그동안 경영권 분쟁을 겪던 현대오일뱅크가 정상화되면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의 4강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여기에 추가 경쟁자가 생기는 것 아닌지 신경 쓰는 분위기다. 게다가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사업 강화를 위해 설비 분야에 16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정유업계에선 삼성토탈이 엄연히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정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며 견제를 시작했다. 현재 삼성토탈은 석유수출입업과 부산물판매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정제업자로 등록하면 석유사업법에 따라 지금보다 석유 비축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간 기싸움이 당분간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