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중국은 주인공 복귀 성공할까

입력 2010-08-17 17:43

“서양은 아시아 경제라고 하는 열차의 3등칸에 달랑 표 한 장을 끊어 올라탔다가 얼마 뒤 객차를 통째로 빌리더니 19세기에 들어서는 아시아인을 열차에서 몰아내고 주인 행세를 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 출신의 역사학자 안드레 군더 프랑크가 ‘리오리엔트’(1998)에서 서구에만 초점을 맞춰온 잘못된 역사연구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쓴 비유다. 지나친 서구중심주의 세계관을 ‘오리엔탈리즘’(1978)이라고 비판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주장이 엿보인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었다. 기술력과 생산력에서 뒤처진 서구 세계는 질 좋은 중국제품을 사는 데도 힘에 겨웠다. 아편전쟁(1840∼42)이 그 증거다. 오죽했으면 영국은 만성적인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메울 길이 없어 아편을 팔았을까.

그런데 신대륙의 발견 이후 대량의 은이 발굴되면서 사정은 정반대로 내달았다. 프랑크는 이를 “신대륙의 은으로 아시아 열차에 오르는 승차권을 샀다”고 비꼰다. 반면 19세기 들어 인구급증으로 부양능력이 약화된 중국은 서구의 동진(東進)과 맞물리면서 급격히 힘을 잃어갔다.

세계사의 주인공 자리를 내놨던 중국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올 2분기부터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으며 연말까지 4000억 달러 이상 앞서리란 전망이다.

2030년이면 미국도 뛰어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GDP는 미국이 중국의 3배 정도였으나 1인당 GDP는 4만2240달러 대 3600달러로 큰 차를 보였다. 미국 따라잡기가 내용 면으론 쉽지 않을 듯하다. 그것은 주로 내부 요인 탓이 클 것이다.

일본의 경제사학자 나카무라 마사노리(中村政則)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1993)에서 ‘2000달러의 벽과 1만 달러의 함정’을 말했다. 개도국이 1인당 GDP 2000달러를 넘으려면 최소한의 사회경제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며, 또 경제발전에 따라 구성원들의 욕구는 분출하기 마련인데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1만 달러 돌파는 어렵다는 뜻이다.

경제는 자본주의, 정치는 사회주의를 앞세워서는 중국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더불어 도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양극화 부패 환경훼손 등 성장의 부작용, 그리고 급격한 인구고령화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부상에 우리는 어찌 대응해야 하나.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