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타이어가 폭발한 시내버스

입력 2010-08-17 18:01

광복절 한밤중에 서울 한복판에서 노선버스의 뒷타이어가 폭발해 승객들이 탈출 소동을 벌였다.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가스통이 폭발해 승객과 행인 17명이 다친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도 안 돼 벌어진 일에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렸다. 안전사고가 이렇듯 잦다면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이 아니라 ‘달리는 폭발물’이다.

폭발한 타이어는 재생타이어다. 새 타이어보다 압력에 견디는 힘이 약해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내부 압력이 증가하자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정류장에 서 있다가 폭발했기 망정이지 사고가 운행 중에 일어났다면 피해는 더 컸을 것이다. 폭발한 타이어는 이틀 전 교체한 것이라 하니 재생타이어가 불량품이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또 CNG버스 사고의 경우처럼 정비와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재생타이어는 수명이 다 된 타이어를 가공한 것이다. 내부 압력에 견디는 힘과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힘이 약해 펑크가 나기 쉽고 재생 부분이 파열되기도 한다. 고속도로에서 과적 트럭의 재생타이어가 파열돼 일어난 사고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행 법규는 노선버스 앞바퀴에는 재생타이어를 장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재생타이어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자원 재활용으로 생산비와 공해를 줄일 수 있고, 운수업체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재생타이어와 새 타이어를 동일 조건에서 테스트하고 있고, 세계 최대 타이어제조사 브리지스톤은 재생타이어 사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생산기준과 검사기준을 충족할 때의 이야기다.

제대로 만든 재생타이어는 새 타이어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준미달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국내 50여개 생산업체 중 10여개사만 조합에 가입돼 있고 나머지는 영세 업체들이다. 기준미달 재생타이어가 생산·유통되지 않도록 당국의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하고, 운수업체도 기준에 맞는 재생타이어만을 사용하고 정비도 제대로 해 큰 사고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