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이 막말과 욕설의 온상이라니
입력 2010-08-17 18:03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방송 언어의 품격에 대한 실태 조사’의 내용이 충격적이다. 지상파 방송이 내보낸 오락 프로그램의 대사와 자막을 분석한 결과 가족 단위 시청자가 즐겨 보는 토크쇼에서 막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청자들의 귀와 입이 부지불식간에 더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이 국민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파를 탄 언어는 일종의 공인효과를 불러 일으켜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어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하다.
이번 조사에서 놀라운 것은 비속어의 사용빈도다. 시청률이 높은 체험형 예능프로그램(일명 리얼 버라이어티)은 1시간에 67건이었다. 1분에 한번 꼴이다. 평일에는 시간당 49건씩 저속한 표현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드라마 19건, 일일 드라마는 평균 5건 순이었다. 저속 표현 가운데 가장 빈번히 나타난 종류는 37%를 차지한 비속어였으며, 인격모독 표현이 13%, 차별적 표현이 11%로 나타났다. “네 이년!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씨부리냐!” 등의 표현은 약과였다.
이처럼 방송에서 면죄부를 얻은 막말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이 대중가요계다. 여성가족부가 펴낸 심의자료를 보면 대중음악인들은 청소년들이 주요 소비자인 줄 알면서도 욕설과 막말이 넘치는 가사를 쏟아내고 있다.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표현들은 입에 담기도 힘들다. 한참 음반을 유통시킨 후 진행되는 사후심의에서 이런 표현들이 문제되면 ‘청소년 불가’ 딱지를 붙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언어는 개인과 집단의 품격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법복의 권위에 기대 노인에게 막말을 하는 판사, 인기를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일삼은 인터넷 강사, 피의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경찰은 어른이면서도 말의 교양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말의 권위와 아름다움을 전해줄 수 있는 곳이 방송이다. 아나운서와 게스트는 다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같은 출연자일 뿐이다. 방송사는 출연자들의 언어를 순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