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시프트’사업 후퇴하면 안된다

입력 2010-08-17 18:02

서울시가 그제 투자기관을 포함해 총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민선 5기 재정 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불필요한 사업을 유보하거나 중단하고, 연내는 아니지만 지하철 요금 인상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몇 년간 빚이 급속히 늘어 일각에서 재정파탄의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재정 건전화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책에 포함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우려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갈아엎는 보도정비 사업을 중단키로 한 것은 백번 잘한 일이지만, 그동안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시프트’(장기전세주택) 사업을 축소키로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즉 SH공사 부채감축을 위한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강일2지구 등 8곳의 시프트 대형평형(114㎡) 중 절반인 1134가구를 분양으로 전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규모 주택사업을 중단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공급될 시트프 가구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시프트 사업은 집에 대한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꾼다는 원대한 취지에서 시작됐고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계속 확대해야 할 사업이며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궁극적으로 따라가야 할 길이다. 비록 일부 가구지만 분양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책이 후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지금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음을 감안하면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애당초 SH공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프트는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당분간은 수요가 많은 중소형 위주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시가 정말로 불요불급한 사업을 축소할 요량이라면 ‘한강 르네상스’나 ‘디자인 서울’ 등 전시성 사업을 먼저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사업이야말로 속도를 늦춰가며 천천히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칫 민생보다 오세훈 시장의 치적사업만 챙긴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