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인 먼저 통일의 십자가를 메고 나가자!

입력 2010-08-17 19:01


■ 8·15대성회 포럼서 제기된 통일 위한 10가지 과제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한 이래 국내외에서 통일과 북한 체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세습 문제 등이 새삼 거론되면서 “북한 체제 붕괴가 임박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때마침 기독교계에서도 통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한국교회 8·15 대성회’의 일환으로 열린 통일포럼에서 10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통일 및 북한선교에 대한 10가지 주제로 각각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기서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마음의 거리부터 좁히자=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통일은 그 자체가 북한선교의 목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선교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통일에 대해 가져야 할 기본 입장을 명료하게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주체사상이 거의 신앙화돼 있어서 북한 주민에게는 ‘다른 종교’, 특히 미국과 관련이 있는 기독교에 대한 반감은 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김 교수는 “교회는 인도적 지원, 사회 인프라 구축 등 대북사역을 해 나가는 한편 북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 대화함으로써 기독교에 대한 호의적 반응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북 시 대화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관심과 호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북한선교 대화법’도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허호익 대전신학대 교수는 “원칙적, 체험적 반공주의를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 목회자들은 “공산주의는 무신론이며 반종교적”이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겠지만 이를 넘어서야 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악의 세력이므로 일절 도와줘서도, 대화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보다는 북한을 인도적으로 돕고 남북 경협 활성화를 지지하는 편이 남북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진보 진영도 남한 내 이념 갈등 해소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급진적·반동적 보수주의보다는 건설적 비판과 함께 지원을 계속하는 ‘비판적 합리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질적, 장기적 도움을 주자=월드비전 북한농업연구소장인 이용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월드비전이 해 온 농업개발협력사업을 설명했다. 북한 농업과학원과 함께 2000년 씨감자 생산 사업을 추진하여 북한 스스로 무바이러스 씨감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기술을 이전하고 관리해준 결과, 연간 330만∼425만t의 감자 생산이 곧 가능할 전망이라며 이처럼 기술·인적 교류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농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도 학교 병원 빵·국수 공장 등을 건립하고 지속적으로 물자를 지원하면서 구체적으로 북한의 9개 도와 개성, 나진·선봉 등 지역별로 복지시설과 예배처소를 갖춘 복지센터형 교회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반도 발전연구원 김영봉 박사는 군사분계선 경계지역인 비무장지대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을 문화적, 생태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 남북한이 공동으로 나서면 남북 긴장 완화는 물론 교류 협력, 생태 자원 활용 등 효과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교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통일연구원 강동완 박사는 “대북 인도적 지원의 효율성과 통일 후까지의 대비를 위해 교계 및 정부와 각계 기관, 단체가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기독교계 내에서도 대북협력사업을 위한 기독교 단체 간 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새터민 선교가 중요하다=한국교회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통일준비 방법은 새터민 선교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하나원 하나교회 강철민 목사는 “새터민들과의 접촉 및 사역을 통해 북한사회와 주민에 대한 이해의 기회와 북한선교에 대한 선경험적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서 새터민 사역은 북한선교를 준비하는 가장 귀한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새터민을 위해 결혼 진학 취업 심리상담 등 분야에 도움을 주고, 교회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청소년 학습 지원, 대안학교 설립 등으로 차세대를 키울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새터민 예배를 구분하지 말고 일정 기간만 새터민 부서에 소속시킨 뒤 일반 제직부서로 이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즉 새터민을 구분하려 하지 말고 교인들과 빨리 융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라는 조언이다. 또 강 목사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새터민 중 상당수가 통일 후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들을 기독교 인재로 양성할 필요성도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목사 선교사로뿐 아니라 의사 변호사 정보전문가 등으로 양성해야 이들이 북한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선교할 수 있다면서 강 목사는 “교회마다 한 명씩 새터민 인재 양성에 나서자”고 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