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전지전능한 당신 왜 볼 수 없나요?

입력 2010-08-17 17:47


풍선껌, 자전거, 도마뱀, 그리고 하나님/제임스 스피글 지음, 강선규 옮김/살림

미국 테일러대학의 철학교수인 저자와 사랑스럽지만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린 네 자녀가 좌충우돌하며 새롭게 알아가는 기독교 변증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헷갈려하는 상대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같다.

저자는 위대한 사상은 교실에서만 존재해서는 안 되며 삶속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자기 전에 하는 기도 속으로 들어가고 저녁 식탁 대화 속에 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풍선껌, 자전거, 야구 등과 같은 작은 것에서도 하나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에서 도마뱀을 키우는 일이나 아이와 함께하는 숨바꼭질 등 일상의 사소한 일을 하나님에 대한 사색과 토의 주제로 활용했다. 책은 아이들이 지닌 특유의 희극적 성격과 저자 자신의 유머가 버무려져 한편의 에세이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은 “하나님은 어디 살아요?” “하나님은 어떻게 생겨나셨을까요?” “왜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실까요?” 등 궁금한 것을 아빠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런데 이 꼬마들이 던지는 물음들이 신앙의 핵심을 찌르고 하나님과 신앙에 대한 토론의 문을 열게 한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주는 대답은 하나님의 전지전능함에서부터 황금률(“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인간의 기원과 운명, 천국과 같은 주제들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기독교의 핵심적인 사안을 다루는 이 같은 질문과 답변들은 신앙의 기본적 이해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는데 왜 나는 볼 수 없어요?”라고 묻는 아이에게 철학자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이지. 몸이 있으면 한 장소에만 있을 수밖에 없단다. 하나님이 모든 곳에 있으려면 전적으로 영이어야 하고 몸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데 우리가 손과 눈과 귀로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위해 성자께서 몸을 입고 예수님이 되신 거란다.”

또 모호한 개념을 명료하게 만들어 성실한 답변을 제공한다. 저자는 허물을 벗는 도마뱀을 통해서도 아이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성화를 이야기한다. “영적 성장은 나쁜 습관과 우리를 얽매고 있는 죄와 같은 죽은 도덕적 껍질을 벗는 과정이란다. 하나님이 우리의 인간성을 완전하게 하실 때 우리는 악한 성품을 벗게 되는 거지. 지금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면서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멋진 색깔을 띨 수 있을 뿐이란다.”

또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 주시는데 그분의 도움으로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의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단다. 그러므로 우리의 순종은 용서의 조건이 아니라 용서받은 후에 뒤이어 오는 것이지. 따라서 우리가 자신의 선행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에 의해 얻어진 것이란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고치시는 방법이란다.”

이외에도 “하와를 유혹한 뱀만 벌을 받아야지 왜 모든 뱀이 벌을 받아요?” “천국에서는 우리가 죄를 짓지 않게 된다면 하나님은 왜 지금 당장 그렇게 하시지 않죠?” “천국이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나는 왜 죽는 게 두렵죠?” 등 손이 잘 닿지 않아 긁을 수 없는 등처럼 여전히 가려움이 남아 있는 질문들에 대해서도 친근한 예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답변한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