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기 목사 인터뷰 "동양선교교회 안간다"

입력 2010-08-17 15:24


[미션라이프] 홍민기(39) 목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양선교교회 담임목사 청빙에 대해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 목사는 17일 오전 서울 신천동 함께하는교회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홍 목사는 최근 수개월간 동양선교교회 청빙 요청과 심경을 비교적 소상히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도 다른 국내외 교회의 청빙이 있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동양선교교회 청빙을 받았을 때는 흔들렸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유는 이랬다. “동양선교교회는 너무 너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옛 영광만 있지 교회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교회예요. 이런 힘든 교회의 요청을 받았을 때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3~4 차례 동양선교교회에서 설교를 했다. 최초의 설교는 지난 5월, 청소년 집회에서였다. 교회 개척 3년만에 가진 안식월 기간에 방문했던 것이다. 이때 홍 목사는 이민 목회자의 아들(그는 12세 때 도미해 작은 교회 목회자의 아들로 자랐다)로서 아픔을 간증했다. 역시 이민 교회의 교인들인 동양선교교회 성도들은 그에게 큰 호응을 보였다.

동양선교교회 당회에서는 강준민 목사 이후 공석 상태인 담임목사직을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기도 후 그는 ‘노’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때가 6월 셋째 주 즈음이었다. 그러자 동양선교교회 장로들이 함께하는교회를 찾아왔다. 더 기도해 보라고 요청했다. 홍 목사는 기도 후 또 다시 두 번째 편지에다 ‘노’라고 썼다. 또 다시 장로들이 한국으로 찾아왔다. 장로들의 요청에 다시 ‘기도하겠노라’고 했다.

홍 목사는 이에 대해 “기도를 더 해보겠다고 하니까 장로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신 것 같다”며 “하지만 간다고 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오해가 빚어진 것에 대해 이렇게 부연했다. “교회 전반적인 얘기를 나누다 보니 친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받아들이셨던 것 같습니다. 누구의 잘잘못도 아닙니다. 잘못이 있다면 처음부터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기도할 이유가 있었기에 처음부터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첫 번째 거절의 편지를 쓴 뒤 함께하는교회 교인들에게 설교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교인들도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안가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지난달 25일, 동양선교교회 임시 공동의회에서는 홍 목사를 담임목사로 공식 결의했다. 하지만 동양선교교회는 공동의회 과정과 관련한 불법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에 대해 홍 목사는 “반대하는 사람 일어서라고 하는 총회가 어디 있느냐”며 “그런 식으로 하면 나 또한 총회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의회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총회 이후 그는 세 번째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역시 ‘노’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함께하는교회와 성도들이 아직 많이 약하지만 분명히 저에게 맡겨주신 사역”이라며 “목회자가 큰 교회에서 부른다고 해서 움직이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확실하다면 동양선교교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하는교회 사역이 아무리 많아도 갈 것”이라며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은 함께하는교회에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동양선교교회 교인들을 향해서는 거듭 “마음이 아프고 편치가 않다”며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피력했다. “제 바람은 동양선교교회가 당회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 세워진 장로들을 중심으로 이 기간을 잘 보내고, 성도들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님의 종이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부임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흔들리지 말고 나아갔으면 합니다. 저에 대해서는 한 교회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생각해서 이제 그만 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