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익명 20대 블로거 ‘마약과 전쟁’ 앞장

입력 2010-08-16 19:16


익명의 20대 청년 블로거가 멕시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특종 행진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신문과 방송이 마약 판매조직의 폭력 앞에 침묵하는 사이 1명의 블로거가 전쟁의 최전선에 나선 셈이다.

‘블로그 델 나르코(Blog del Narco)’라는 멕시코의 한 블로그에는 마약거래범의 신상정보와 마약 거래 소탕 현장사진, 동영상 등이 줄기차게 올라오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거래범이 밤마다 총을 들고 거리로 나와 마약조직 간의 전쟁에 뛰어드는 현장을 동영상으로 공개하는가 하면, 유명 가수가 마약조직 두목 자녀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진도 공개했다. 15일에도 ‘나초 장군’이라는 마약조직 두목이 군의 습격으로 M16 소총에 피격된 사진이 올라왔다.

이 블로그는 지난 3월, 멕시코 국경의 작은 도시에서 한 마약조직원이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올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당시에는 경찰조차 이 장면이 어떤 현장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블로그에는 도시 이름까지 정확하게 명시됐다.

AP통신은 지난 12일 “블로그 델 나르코가 언론과 경찰뿐만 아니라 마약조직까지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며 “블로그 방문자만 1주일에 300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멕시코 경찰과 군대는 물론이고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이 블로그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마약단속국(DEA) 관계자도 “블로그 델 나르코를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마약조직도 상대 조직에 대한 정보를 얻고 경찰과 군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이용하고 있다.

이 블로거는 A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멕시코 북부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 보안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라고만 밝혔다. 그가 걸어온 전화는 발신자가 확인되지 않는 번호였다. 블로그 자체도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가 돼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멕시코의 마약조직 소탕 작전은 지금까지 2만80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았다. 30명 이상의 언론인이 살해되거나 실종됐다. 언론사를 향한 폭탄 테러나 총격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마약과의 전쟁을 최소한으로만 보도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수백명의 기자들이 모여 안전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익명의 블로거는 “마약조직이 언론 보도에 보복하는 것을 보면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블로그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