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청문 ‘전운’… 박연차 연루 싸고 一戰 예고

입력 2010-08-16 21:26


‘8·8 개각’ 때 내정된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 일정이 여야의 힘겨루기 끝에 16일 대부분 정해졌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와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를 26일로 미루자고 했던 민주당은 원내수석부대표 비공개 협의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23일 개최 요구를 수용했다. 하지만 증인 채택을 놓고서는 여야 간 샅바싸움이 벌어졌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 청문회 일정과 증인 채택을 논의한 인사청문특위는 회의 개최가 2차례나 연기된 끝에 예정 시간보다 2시간 늦게 시작됐다. 격론 끝에 여야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김 후보자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지난 1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위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과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박 전 회장의 부탁으로 김 후보자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인 강서회관 전 사장 곽현규씨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또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특위는 불법사찰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증인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이 특임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를 논의한 운영위는 남상태 사장과 신대식 전 감사실장, 오동섭 상임고문, 이상우 상무 등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임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으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2월 남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직을 연임하는 과정에서 이 특임장관 후보자와 천 회장 등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운영을 논의할 행안위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구속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청문회를 열겠다면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련 증인들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검찰 간부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4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은 23일, 민주당은 26일을 주장하고 있다.

이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진행을 논의한 재정위는 증인 채택 합의부터 하자는 야당과 이에 반대하는 여당이 맞서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17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증인 채택을 놓고 팽팽한 대치가 벌어졌다는 관측이다. 이 후보자는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초 ‘한상률 게이트’와 관련됐던 안 전 국장에게 사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