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통일세 제안이후 다시 불붙는 논란… 정부 ‘北 급변사태’ 예상하고 있나

입력 2010-08-16 21:22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제안하면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다시 가열되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입장이다. 15일 대통령 경축사 해설 자료에서도 “통일세는 북한의 특정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브리핑에서 “명확한 징후는 보이고 있지 않지만,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 한·미 간에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6월 15일 국회 답변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통일부 장관으로 언급하기 민감한 용어(급변사태)지만, 상대적으로 (북한 사태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사석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10년 내에 통일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본다. 대비해야 한다”고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인 ‘부흥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흥계획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확인은 하고 있지 않지만, 정부 관계자는 16일 “비상계획이라는 것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음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이 대통령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이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북한의 급변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변국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 왔다”며 “주변 4강 외교도 그런 문제들을 고려해 진행돼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제안한 통일세를 북한 급변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도 미지수인 데다 북한의 급변사태를 곧바로 통일로 연결시키는 것은 한반도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무리한 추정”이라고 말했다. 주변 열강들이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바라는 상황에서 ‘급변사태=흡수통일’은 지나친 단순 논리라는 지적이다.

또 북한이 현재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급변사태가 일어날 만큼 위기상황도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통일세 문제를 제안한 만큼 국회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부 비판이 나오더라도 이를 공론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세 문제는 2008년 취임 첫해부터 검토해 왔던 사안”이라며 “앞으로 전문가 공청회, 국회에서의 여론 수렴 등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