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만 대주주 3번 바뀌고 지분 쪼개 팔기 하이닉스의 ‘굴욕’

입력 2010-08-16 18:26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소유지분을 블록세일(대량매매) 등으로 팔아치우기 시작하면서 하이닉스의 대주주가 올해에만 3번이나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 작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채권단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지분을 팔아 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16일 자사 최대 주주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한 달 사이에만 외환은행-정책금융공사-미래에셋으로 바뀐 지 5개월여 만에 다시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것이다.

주식을 장내 매수·매도했던 미래에셋을 제외하면 사실상 채권단 간 자리바꿈이다. 최대주주였던 외환은행이 지난 3월 지분을 매각하면서 산업은행 지분을 가진 정책금융공사가 최대주주가 됐었기 때문이다.

이미 채권단은 올해 두 차례 블록세일을 통해 모두 12%가량의 지분을 팔아치웠다. 현재 남은 지분은 15%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채권단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도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단은 출자전환 당시 가격 등을 생각해보면 현재 50% 이상 이익을 본 상황”이라며 “수익은 충분히 냈으니 남은 건 국가이익에 기여했다는 명분을 얻는 것인데 (하이닉스를) 사려고 하는 기업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효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대통령 사돈기업 특혜설’이 불거져 10일 만에 철회했다. LG그룹도 채권단의 인수 제안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이를 거절했다. 여기에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조45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실적 우려 때문에 당일 주가가 4.24%나 급락하는 등 반도체 산업 자체의 불안정한 시장 상황도 발목을 붙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15% 지분 경영권’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약 2조원 상당의 지분만으로 시가총액 약 15조원에 달하는 공룡기업의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은 지분 외에도 약 4조원에 달하는 하이닉스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약 2조원만으로 기업 인수가 가능한데도 입찰이 없는 이유는 뭘까. 매각주간사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외국 기업의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다만 수조원씩 설비에 투자해야하는 시대가 지난 만큼 곧 국내 기업 중 매수 희망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