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통일세 찬반 양론… 민주당 “먼저 남북관계 개선해야” 공세

입력 2010-08-16 21:24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세에 대해 야당은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라며 일제히 공세를 폈다. 여당 일각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6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대통령 발언은) 북한을 자극하고 흡수통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며 “통일 후 비용에 집착하기보다 먼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화해평화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통일세 신설보다 현재 남북협력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는 한 통일세는 ‘분단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통일에 대비해 준비를 하는 일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지금 국민은 세금 부담 때문에 허리가 휘고 있는데 엄청난 비용을 혈세로 미리 비축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여당 내 의견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심혈을 기울인 대국민 메시지는 좋은 뜻에서 만든 것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통일을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통일세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안이 나오면 야당과 논의를 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재정학자 출신인 나성린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통일이 되면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통일세에 대해 빨리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준표 최고위원은 “평화공동체 정착 후에 본격적으로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며 신중론을 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통일세는) 훗날을 대비해 현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라며 “실무적으로 접근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정책위 차원에서 뒷받침하겠다”면서도 “당과 협의 없이 불쑥 나온 내용이라 유감스럽다”고 의견수렴 과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대통령 연설문까지 당정 협의 대상은 아니지만 통일세처럼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경우 정부와 당이 협의해야 한다고 (지도부가)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권과의 협의 없이 나온 제안이기 때문에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