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조 규모 상생펀드 만든다

입력 2010-08-16 21:19


삼성전자가 상생경영의 일환으로 1조원 규모의 ‘협력사 지원펀드’를 조성한다. 일정 자격을 갖춘 2, 3차 협력사는 직거래로 전환하고, 1차 협력사 중 우수 업체를 선정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주요 원자재를 직접 구매해 협력사에 제공하는 ‘사급제도’를 도입해 협력사들의 원자재 구매 부담도 덜어줄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6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7가지 상생경영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박종서 상생협력센터장은 “6월부터 상생 관련 경영진단을 실시해 80여개 협력사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구매, 상생 관련 활동을 면밀히 짚어본 결과를 바탕으로 실천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우선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최대 1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대출해주는 제도를 오는 10월부터 시행한다. 출자 규모는 삼성전자가 2000억원, 기업은행이 3000억∼8000억원이다. 대출 이자율 등 세부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펀드 조성으로 1차는 물론 2, 3차 협력사까지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급제도를 도입해 그동안 협력사들이 감수해 왔던 원자재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원자재 구매에 소요되는 금융비용을 삼성전자가 부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LCD TV 등 대형 가전에 사용되는 철판, 레진, 구리 등 3대 품목에 우선 사급제도를 적용하고 향후 다른 제품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사급제 도입에 따른 연간 비용 부담을 1조1000억원으로 내다봤다.

2, 3차 협력사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종합지원 대책도 마련됐다. 1차 협력사와 연간 5억원 이상 거래 중인 업체 가운데 기술이나 품질이 뛰어난 곳을 심사해 1차 협력사로 전환한다. 숫자에 관계없이 자격 요건만 갖추면 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는 800여개, 2차 협력사는 1만여개에 이른다.

신규 기업에 대한 거래문호도 대폭 개방한다. 신기술 등 핵심 역량을 보유한 업체에 대해선 삼성전자와 거래할 수 있도록 임시등록제를 마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거래를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문호를 넓히고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연간 10% 정도의 협력사는 신규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 1차 협력사를 ‘베스트 컴퍼니(Best Company)’로 선정해 기술개발에서 인프라 구축까지 종합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5년까지 50개사를 발굴하는 게 목표다.

이밖에 공동기술개발지원센터를 만들어 협력사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중앙회 종합고용지원센터와 함께 중견 전문인력 수급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박 센터장은 “과거 상생활동이 1차 협력사 위주였던 점을 감안해 2, 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며 “글로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전자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가 인하는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만큼 협력사와 공동 기술개발, 혁신활동으로 부담을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