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거리 단속없는 주말마다 쓰레기 몸살… 슬쩍∼슬쩍∼ 쌓이는 비양심
입력 2010-08-16 18:45
직장인 김세원(27·여)씨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역 인근 교회로 가는 내내 얼굴을 찌푸렸다. 길거리 이곳저곳에 쌓인 쓰레기와 악취 때문이었다.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 취객들이 구토를 한 흔적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김씨는 “평일과 달리 일요일이면 쓰레기로 덮인 거리를 봐야 하는 것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의 거리가 주말만 되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일에 비해 쓰레기가 더 많이 배출되는 데도 각 구청은 인력과 예산 부족 탓에 평일처럼 환경미화 인력을 가동하지 못한다. 날씨가 더운 요즘에는 악취가 심해지면서 주말을 맞아 외출한 시민들의 항의도 거세다.
16일 시내 각 구청에 따르면 25개 자치단체는 대부분 토요일과 일요일에 환경미화원 가용인력을 절반만 투입하거나 최소인원만 근무를 하게 한다. 서초구의 경우 미화원은 72명이다. 이들은 주말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나눠 절반씩 출근한다. 주말 근무를 기피하는 데다 72명을 모두 투입하기엔 예산이 부족하다. 토요일엔 강남역 2명, 양재역 2명만 야간근무를 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휴일근무를 하는 환경미화원에게는 8만∼9만원의 수당을 추가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구청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평일과 주말근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려 해도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매주 월요일이면 평소보다 많은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월요일 쓰레기 배출량은 평소보다 30% 정도 많다. 환경미화원 이모(40)씨는 “유흥가인 신촌과 홍대 주변을 맡고 있는데 월요일 새벽이면 쓰레기가 평소보다 훨씬 많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말 거리가 쓰레기 더미에 묻히는 데는 무단 투기에 둔감한 후진국형 시민의식도 한몫한다. 일요일에는 쓰레기 투기를 단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업소나 가정에서 길가에 쓰레기를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초구 관계자는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는 증거를 없앤 뒤 거리 휴지통에 가정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쓰레기를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곳에 내놓고, 함부로 길에 휴지를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 구청이 예산만 탓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사회서비스 분야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 정부와 자치단체가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며 “선심성 행정에 예산을 낭비하면서도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