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앤다더니 살리고 위원수 배 넘게 증원도… 위원회 정비 ‘눈가리고 아웅’

입력 2010-08-16 21:29

정부가 2008년 이후 사실상 손놓고 있었던 정부위원회 통폐합 작업을 다시 진행 중이나 이번에도 말뿐인 구조조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한 정부위원회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 당초 공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여론의 질책에 따라 근래 정부위원회 통폐합 작업을 새로 벌여왔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16일 국무회의에 확정·보고한 ‘2010년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에 따르면 위원회를 줄이겠다는 공언과는 달리 없애기로 했던 위원회를 복원시키거나 위원 수를 배 이상 늘리는 등 오히려 위원회 조직을 비대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정비계획에 따르면 올해 정비 대상 위원회는 모두 65개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등 10개 위원회가 폐지되고, ‘이전기업애로해소위원회’ 등 6개 위원회는 기능이 유사한 다른 위원회와 통합된다.

통폐합되는 위원회는 전체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고, 나머지 49개는 위원장의 직급을 낮추거나 출석회의를 정례화하는 등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에 그치고 있다.

특히 보훈심사위원회 등 18개 위원회는 위원 수가 현행보다 최고 250% 늘어나는 등 오히려 위원회의 몸집이 불어난다. 행안부는 보훈심사위의 위원 수를 현재 60명에서 150명 이내로 확대하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대해서는 현재 2명인 상임위원을 4명으로 늘리고 민간위원은 15명에서 30명 이내로 조정키로 했다.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수는 50명에서 60명으로 늘어난다. 관세사징계위원회와 수도권정비위원회는 민간 위원들을 확대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또 그동안 활동이 거의 없어 2008년 폐지키로 결정했던 국가습지위원회를 포함해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 등 15개 위원회를 존치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여성과학기술인육성위원회는 2003년 설립된 뒤 지난해는 2차례 서면회의만 하는 등 활동이 유명무실했다.

앞서 행안부는 2008년 4월 당시 573개인 정부위원회를 300개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위원회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6월 현재 위원회 수는 431개로 142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번에 16개 위원회가 통폐합되는 것을 포함해도 목표보다 100개 넘게 모자라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겠다는 당초 의지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과거 위원회 정비 때는 통폐합을 위주로 했으나 이번에는 내실운영에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위원회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