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방석 LH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라”
입력 2010-08-16 17:59
‘판매만이 살길이다. 뛰GO, 팔GO, 웃GO’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획조정실 출입문 위에 큼직한 플래카드가 붙었다. LH가 부채 118조원, 하루 이자 100억원이란 엄청난 재무위기를 타개하고자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라=LH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임직원이 참여한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선포 및 노사 공동결의대회’를 열었다. 또 이지송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대책회의를 가동하고 위기관리단과 판매총력단 등을 구성해 전사적 위기 대응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LH 자구책의 핵심은 모든 임직원을 세일즈맨으로 투입, 25조원에 이르는 미매각 자산 등을 모두 팔고 불필요한 비용도 모조리 줄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인 1주택·토지 판매운동, 경상경비 및 원가 10% 절감, 휴가 반납과 휴일 비상근무 운영 등을 시작한다. 이 사장은 “판매엔 왕도가 없다. 책상에 앉아있지만 말고 모두 세일즈맨이 되어 팔 수 있는 건 다 팔자”고 강조했다. 또 미매각 자산과 경상경비, 건설원가를 줄이고 재무건전성과 통합 시너지, 대국민 신뢰도는 올리자는 ‘3컷(CUT) 3업(UP) 운동’을 시작한다.
또 ‘현장에서 대금회수를 늘리는 것이 위기극복의 지름길’이란 이 사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본사 인원 300명 정도를 ‘보상판매 비상대책 인력 풀’로 구성해 현장 배치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력감축처럼 가장 민감한 사안을 빼고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했다”고 말했다.
◇사업 조정 성공이 회생의 관건=하지만 자구노력만으로 막대한 부채를 청산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LH는 재무개선특별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장 구조조정 등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9월 말까지 확정해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이 안의 핵심은 현재 추진 중인 414개 사업에 대한 재조정안이다. 정부가 국책사업인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등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신도시와 국민임대지구, 도시재생지구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정돼 사업이 연기,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LH 측은 “사업 조정은 무엇보다 주민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지구별로 빈틈없는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하면서 합리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H의 비상경영선포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LH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LH가 흔들리면 건설업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 사업 하느라 LH의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에 정부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