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터키에 최후통첩… “反이스라엘·親이란 정책 고수땐 무기 안판다”
입력 2010-08-16 23:3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터키에 직접 최후통첩을 보냈다.
‘반(反) 이스라엘, 친(親) 이란’ 정책을 고수할 경우 터키 정부가 원하는 무기를 주지 않겠다는 경고다. 오바마 대통령이 터키에 직접 경고 의사를 표시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터키 정부로선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터키 정부가 이스라엘과 이란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터키가 구매하고 싶어하는 미국 무기들을 획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선 것은 지난 6월 미국 중심으로 추진된 유엔의 대(對)이란 제재안 표결 때문이다. 터키는 이란 제재에 반대하고 브라질, 이란과 함께 3자간 상호 핵연료를 교환하는 협정을 맺었었다.
또 지난 5월 31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행 국제구호선을 공격해 터키인 승선자 9명이 살해되자 터키는 ‘반 이스라엘’ 전선의 선봉장 역할을 해 왔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주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의 일몰 후 첫 식사인 ‘이프타르 만찬’에 자국 주재 외교사절을 초대하면서 이스라엘 대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터키가 취한 일부 행동은 미 의회에서 터키를 동맹국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는 무기 제공 등 터키가 우리에게 요청한 것 중 일부가 의회에서 통과되기 더욱 어렵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미 무기수출 관련법에 따르면 행정부가 터키와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주요 무기를 판매할 경우 15일 전 의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반 터키’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미 의회의 승인이 없으면 무기 판매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터키로선 오바마 대통령의 경고를 일회성 압박으로 흘려들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터키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반군을 공격하기 위해 ‘리퍼(Reaper)’와 같은 미국의 무인항공기 구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추구해온 PKK 반군은 1984년 이후 터키군과 끊임없이 교전을 계속해 왔고 지난 26년간 모두 4만여명이 희생됐다. PKK 반군은 터키와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에서 테러단체로 규정돼 있다.
터키 정부는 “미국과의 군사 관계는 매우 좋다”며 서둘러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 없이 오바마 행정부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내년 초까지 세 번째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이란 국영TV를 통해 “10곳의 신규 우라늄 농축시설 부지 물색 작업이 완료됐다”며 “이 중 한 곳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착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히 대표의 발언을 두고 AP는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제재 조치를 추가하고 있는 서방 측 입장을 무시하는 전략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