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 허리띠 죄어 ‘빚 줄이기’
입력 2010-08-16 22:04
서울시가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하철 요금을 100∼200원 인상하고, 안양천 뱃길 조성사업을 보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긴축재정과 불필요한 사업 자제, 지방채 전액 상환 등을 통해 지난해말 현재 19조5000억원인 부채를 2014년까지 12조7000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재정건전화 대책에 뭐가 담겼나=시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선5기 재정 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내년 경비 예산을 3% 삭감하고, 연내에 지하철 요금을 최고 200원 올리는 방안을 시의회와 협의하고 있다. 지하철의 운송원가와 투자원가를 감안하면 1인당 적정요금이 1434원이므로 운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현재 서울의 지하철요금은 900원이다.
그러나 시는 이날 오전 재정 강화대책으로 지하철 요금을 ‘연내에 100∼200원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가 오후 브리핑에서 ‘장기적으로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시는 또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급하지 않은 보도정비 사업은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도시하천공원 조성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신림∼봉천터널은 2012년 이후로 연기된다.
시는 또 한강지천 뱃길 조성사업 중 안양천 구간은 보류하고 중랑천 구간은 축소할 방침이다.
SH공사는 은평뉴타운내 614가구를 할부로 판매하고, 향후 시프트(장기전세주택) 대형 평형(114㎡) 1134가구를 분양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채를 현재의 절반인 6조원대로 줄일 계획이다. 마곡지구는 워터프론트(수변공간) 구역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배보다 배꼽 큰 민자유치사업 늘어날 듯=이번 종합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시가 발주하는 대규모 사업은 사전에 재원조달방안 마련이 의무화된다. 이 경우 독 묻은 사과나 다름없는 임대형 민자(BTL)사업이 확대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BTL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민간의 자본을 투자받아 사회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처음으로 민간자본을 투입해 지난해 개통한 지하철 9호선의 승객과 수입을 잘못 예측, 지난해에만 운영업체의 수입 부족분으로 140여억원을 보전해줘야할 형편이다. 이는 시가 2005년 민자 1조원을 조달받는 대신 운임수입이 예상치에 못 미치면 손실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울시가 재정 관리를 못한 피해를 서민들만 보는 것 아니냐”는 내용의 글이 주요 포털의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