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의 재정클리닉(14)

입력 2010-08-16 13:31

“소비”와 맞장 뜨기

우연찮게 경남 통영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된 한 남자를 소개한다.

결혼하기 전, 그는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서 몇 번의 고배를 마신 후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취업해 일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 말이 사무장이지 사무실 월세조차 제대로 내기 어려운 형편의 변호사인지라 당시는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다. 그곳에서 만 2년을 일하고 처가의 도움을 받아 그는 조그마한 음식점을 차렸다. 음식점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날마다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그때부터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돈을 버는 것 같긴 한데 돈은 온데 간데 없고 항상 부족했다. 도대체 이 돈이 어디로 새는 것일까? 돌이켜보니 쓸 수 있는 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내도 그렇고 아이들도 변한 것 같다고 했다. 남들이 하는 거면 뭐든지 하겠다고 아우성이고 그러니 거칠 것 없이 카드를 써 댔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휴가도 그랬다.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가며 고가의 여행상품을 구매한 것이다.

마케팅에 우롱당하는 소비자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많이 하면 더 큰 만족감을 느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주지해야 할 사실은 소비라는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판매에 혈안이 된 기업들의 고도로 정교하고 사전 분석과 계산이 된 마케팅에 의해 소비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기업들은 비싼 돈을 주고 광고라는 합법적 노출을 통하여 “보편적으로 비싼 상품이 더 좋다”라는 사고를 주입시킨다. 그래서 몇 만원 하는 손목시계가 수 천만 원에 팔리기도 한다.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품질이 좋기 때문일 것”이라는 자기 암시와 함께 구입을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본체 할 수 없도록 중독성 강한 홈쇼핑 채널은 교묘하게 주력 지상파 방송 사이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나 뉴스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다가도 당장에 필요 없는 지출을 강요당한다.

또 광고 중에 “9의 법칙”, “8의 법칙”을 활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499만원하는 상품을 400만 원 대라고 선전하고 하루에 1만3천원만 아끼면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현혹하는 것도 소비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 등에 보면 대부분 원래 가격에 X표나 중간 줄을 쳐놓고 바로 아래에 그보다 싼 가격에 판다고 표시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현재 가격이 원래 가격보다 싸기만 하면 반가운 마음에 구매를 하기가 쉽지만 사실은 원래 가격 또한 어떻게 책정된 가격인지 알 수가 없다. X표를 한 가격은 '앵커(anchor) 가격'이라고 부르는데 이 가격은 소비자들의 마음에 일정 수준의 가격을 각인시킨다. 그래서 이 보다 싼 가격에는 무조건 반응해 버리는 것이다.

또 대형마트의 카트가 담을 수 있는 공간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소비하라는 얘기다.

또 매출 증대의 일환으로 유통업체는 “10년 전 가격으로 드립니다.”, “10만원 어치 사면 상품권 10만원 드립니다.”, “1+1 쿠폰” 등의 전단지를 살포하기도 한다. 하나를 사면 정가를 줘야 하고 열 개를 사면 정가의 50%에 살 수 있다는데 꼭 필요한 하나만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운 선택이다.

감정적인 소비도 문제

프랑스 철학자인 장 보들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실용적인 용도를 지닌 물질적 대상이 아니라 의미를 내포하는 그리고 소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유형의 인간과 관련된 것을 보여주는 상징을 구매하는 것” 이라고 했다.

문제는 그리 넉넉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지출 범위 이상으로 소비를 하는 경우에 있다. 예를 들면 200원 넣고 마실 수 있는 자판기 커피 대신 5000원을 기꺼이 지불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선택한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소비되는 아이템보다도 소비하는 행위 그 자체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물질적인 필요에 의한 욕구 그 자체보다 감정에 바탕을 둔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때로 무리하게 빚을 지는 것까지도 감수한다.

“소비”와 맞장 뜨기

통제되지 않는 소비습관을 가진 가정의 재정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아무리 수입이 늘어도 새는 바가지를 채울 수가 없는 것이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을 위한 소비를 포기하라. 지갑 속 돈을 노리는 광고는 끊임없이 당신의 뇌를 자극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할 것이나 단호하게 맞장 뜨라.

당신에게 꼭 필요한 어떤 물건이냐가 중요한 것이지 단지 가격이 비싸냐 싸냐 하는 것은 차후 문제다.

휴대하기 좋고 결재시스템이 편리해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이 용이한 신용카드를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것도 지름신의 강령을 막아내는 검증된 효과가 있다. 직장인의 월급통장에 평균 17일 동안 잔액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대부분 신용카드에서 기인한다.

누가복음 12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 비유를 말씀하시기 전에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쳐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않다.” 라고 말씀하셨다. 결코 목숨보다 중하지 않은 소유를 위해 날마다 “무엇을 살까?”, “무엇을 마실까?” 한 눈만 팔고 있는 군상들을 보셔야 하는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김진만·보아스파이낸셜클리닉 대표(재정 상담이나 더 많은 자료를 원하시면 www.boazfn.com으로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