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8·15 경축사] 통일비용 본격 논의 시동… “北만 자극” 부정론도

입력 2010-08-15 21:57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통일세 신설을 제안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통일세 제안에 대해 “통일을 미리 준비하고 논의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으나 “현실성 없이 불필요하게 북한만 자극한다”는 비판론이 쏟아지고 있다.

통일세는 통일이 됐을 때 한꺼번에 발생할 막대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세금을 의미한다. 1990년 동독과 통일한 서독의 경우, 국민들이 통일에 대비해 10년 동안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았다. 당시 모아진 기금은 한 해 1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독일은 통일 이후 20년간 약 2조 유로(3000조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했다.

지금 당장 세금을 걷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심적 준비를 보다 구체적으로 시작할 때가 됐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남북통일까지 완성돼야 진정한 광복이 아니겠느냐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며 “현재까지 남북대화나 교류 등은 있지만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는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남북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통일세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통일을 위한 기반이 조성되고, 평화증진 노력이 제도화된 상태에서 통일세가 논의되는 게 맞다”며 “통일세 제의는 통일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 배경에는 북한에 언제든 급변사태가 올 수 있다는 시각이 담겼기 때문에 향후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려운 현재 서민경제를 고려할 때 통일세에 대한 국민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통일세와 함께 제안한 ‘평화·경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는 MB정부의 대북 강경론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는 평가다. 이 방안은 김영삼 정부가 1994년 발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보완한 것이다. 다만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1단계인 화해·협력단계를 평화 및 경제공동체 단계로 나눈 것이 새로운 부분이다. 기업가 출신인 이 대통령이 경제논리를 가미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평화·경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MB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는 ‘비핵·개방·3000’이나 ‘그랜드 바긴(일괄타결)’과 마찬가지로 ‘선(先)비핵화, 후(後)경제지원’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 이 때문에 꼬여 있는 현 남북관계를 풀어낼 방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엄기영 이용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