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바꾸는 신한금융, 순익 업계 1위 화합·땀으로 일군 ‘금융 이단아’
입력 2010-08-15 18:30
자산은 업계 3위에 불과하다. 직원 수는 국내 최대 금융회사의 60%밖에 안된다. 그런데 이익은 압도적인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덩치에서 금융업계 최고이며 경쟁사 총수는 연신 “부럽다”고 말하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기업들은 내심 이 회사에 인수되기를 바란다. 신한금융지주 얘기다.
‘금융=은행’으로 일컬어졌던 금융계의 패러다임을 신한금융이 뒤바꾸고 있다. 금융권은 우리금융민영화를 비롯한 금융 빅뱅시대에 신한금융이 어떻게 대응할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한금융의 총자산(관리신탁자산 포함)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 313조4000억원이다. 우리금융(331조3000억원)과 KB금융(327조3000억원)에 이은 3위다. 직원 수는 1만7000여명으로 KB금융(2만7000여명)과 우리금융(2만5000여명)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순이익에서 1조원을 돌파했다. 2위인 우리금융 순이익(5324조원)의 3배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
비결은 까다로운 리스크 관리에 있다.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지난해 3월 부임한 후 개념이 생소했던 최고위기관리자(CRO) 직을 신설, 수시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로 다른 지주사의 순이익이 3분의 1 안팎으로 급감하는 사이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여러 차례 “신한이 정말 잘한다”며 치켜세웠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들의 파벌싸움에 인력 구조조정이 어려운 KB금융 상황을 내포한 말이다. 신한은행은 2004년 조흥은행과 합병 당시 2년간 각사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며 화학적 융합을 시도했고, 신한은행으로 최종 합병한 이후에도 타 지주에 비해 은행 내 파벌다툼이 현저히 적었다.
또 라응찬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정착돼 있어 위기 돌파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지주사 내부 은행과 비은행 부문 실적이 각 57%와 43%로 고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대주주가 없는 KB금융의 경우 고위직 인사 때마다 행보가 엇갈리고,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신한의 절반도 안될 정도로 ‘복지부동’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신한금융은 우리금융, 산은금융, 외환은행 등 줄줄이 예정된 매물에 대해 M&A 불가를 천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타 지주사끼리 M&A에 성공할 경우 신한금융은 업계 3위 자리에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