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을 ‘동물’에 비유… 조현오 발언 파문 증폭
입력 2010-08-15 18:14
野 “즉각 파면을”-與 “청문회 걱정”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발언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차명계좌 때문이라고 했던 지난 3월 말 강연에서 천안함 유족을 동물에 비유한 사실이 14일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해당 강연에서 유족들의 오열에 대해 “소, 돼지처럼 울부짖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저는 언론에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국민들도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슬픔을 승화시키고 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아는 그런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격조 높게 이어가기 위한 바람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전해지자 조 후보자를 향한 야권의 공세 수위도 한층 격해졌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친노 인사들은 ‘노무현재단’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를 즉각 파면하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조 후보자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청와대는 조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후보자는 발언 경위를 청문회에서 적극 해명한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청문 자격조차 없다며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당에는 이번 파문이 7·28 재·보궐 선거 패배로 상실한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위장전입 의혹까지 갖고 있는 조 후보자는 2007년 경찰청 경비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모친상 부조금으로 1억7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재산공개 내역을 통해 드러났다.
박 원내대표는 “내부에서 특정인이 청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제보를 하고 있다”며 “경찰 내의 일종의 권력투쟁”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모 재벌회장이 아들 폭행사건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일에 조 후보자가 연루됐다는 새 의혹을 제보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면서도, 조 후보자의 발언이 경찰청장 자격을 결정짓는 문제는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본인이 결자해지할 문제인 것 같다”며 “조 후보자가 발언 취지를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과할 문제이지, 경찰청장으로서의 직무수행과 직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안경률 국회 행안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해보지도 않고, 자질이 어떻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조 후보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대한 문제라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강주화 김나래 박지훈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