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위 공직자 휴가지 불문율 “해외로 나가지 마라”

입력 2010-08-15 19:24

미국 워싱턴 정가에도 휴가철이 시작됐다.

버락 오마바 미 대통령 가족이 14일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 플로리다주 멕시코만 연안으로 떠난 것을 필두로 행정부와 백악관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휴가를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다. 장소는 다르지만 이들의 휴가지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국 땅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공직자들이 여름휴가지를 국내로 국한해야 한다는 건 워싱턴의 불문율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에서 1박2일 일정을 묵으며 멕시코만 기름유출로 타격을 입은 현지인들을 격려했다. 특히 둘째 딸 사샤(9)와 함께 해수욕을 즐기는 등 멕시코만 일대 관광 홍보에도 나섰다. 오바마 가족은 그러나 이곳에서 27시간 정도만 머무른 후 곧바로 지난해 찾았던 매사추세츠의 마서스비니어드 섬으로 떠난다. 마서스비니어드 섬의 경우 밸러리 재럿 선임고문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으로 떠났다. 데니스 맥도너 미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과 피터 로우즈 보좌관은 이미 여기서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최근 부인 질 여사와 함께 델라웨어 햄튼에 있는 친구 집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13일 별장이 있는 워싱턴주 푸젯 사운드로 떠났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외동딸 첼시를 결혼시키는 대사를 치른 직후여서 워싱턴에서 쉰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에선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아들과 몬태나에서 낚시를 즐길 예정이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선임고문은 가족 별장이 있는 미시간주의 숲 속에서 보내기로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공보담당관을 지냈던 아리 플레이셔는 “공직자가 휴가를 위해 해외로 가면 곧바로 비난의 화살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미네소타도, 플로리다도 다 좋다. 다만 국경만 넘지 않으면 된다”고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퍼스트레이디 미셸 여사가 친구들과 스페인에 사적인 여행을 다녀온 후 십자포화를 맞은 것도 이런 불문율을 어긴 때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