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노건평 “못난 형 용서해달라… 망발한 조현오 감옥 보내야”

입력 2010-08-16 09:58

“정부에서 주는 밥보다 역시 집사람이 해주는 밥이 좋네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1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밝은 표정으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부인 민미영씨와 딸, 사위 연철호씨 등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건평씨는 청바지와 하늘색 셔츠 차림으로 20개월 넘는 수감 생활로 약간 수척해졌지만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화제가 노 전 대통령으로 옮겨가자 금세 눈물을 글썽였다.

건평씨는 “형이 못나서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괴로웠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국민들께도 그저 죄송할 따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14일 마산교도소를 나오자마자 봉하마을로 내려와 동생이 잠들어 있는 묘역을 가장 먼저 찾았다고 말했다. “혼잣말로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는 건평씨는 “못난 형을 용서해 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에게 “동생이 자신을 용서하지 말고 원망해도 괜찮다”며 연방 눈물을 훔쳤다.

그는 최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게는 “감옥에 보내야 한다”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건평씨는 “실제 존재하지도 않은 사실로 동생의 명예를 또 욕보였다”며 “조 후보자의 발언은 완전히 왜곡된 것으로 경찰 총수 후보자가 어찌 그리 경솔한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저녁에 만난 제수(권양숙 여사)도 조 후보자의 발언 때문에 무척 속상해하고 있어 위로해 줬다”고 덧붙였다.

건평씨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게는 덕담을 건넸다. 그는 “김 총리 후보자는 경남지사 시절 보여준 능력을 발휘한다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격랑 속에서도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당분간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그냥 동생 묘역 관리나 하면서 집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봉하마을에 머물면서 동생의 추모사업(묘역관리 등)에도 도움을 주고 싶고, 권 여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봉하’ 운영에도 측면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평씨는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 대해서는 “서운한 점이 있지만 그의 입장을 다소 이해한다”며 “다만 진실이 왜곡돼서는 안 되며 시간이 흐르면 사건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복지국가 건설을 앞당겼으면 좋겠고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에게는 전화 한 통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회에 술과 담배를 완전히 끊어야 되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데다 틈틈이 운동도 했기 때문에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수감생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도 했고 반성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12월 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그는 지난 4월 마산교도소로 옮겨 수감생활을 해왔으며 최근 추징금을 완납했다.

건평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정원토건 대표직을 맡고 있던 부인 민씨는 정산골프장 도로공사 등을 하면서 회사공금을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해 최근 들어 벌금 14억원을 내고 6월 20일 폐업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현재 봉하마을에서 조카와 함께 ‘봉하빵’을 운영하고 있다. 김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