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박영준 차관 藥일까 毒일까

입력 2010-08-15 19:09


박영준 국무차장의 지식경제부 2차관 임명을 두고 업계가 술렁인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실세 차관이 현안을 잘 처리해 줄 것이란 기대와 정치적 행보에 업계가 같이 휘둘릴 것이란 우려가 엇갈린다.

지경부 2차관은 무역과 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다. 2차관 업무와 밀접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한국전력 등은 내심 반기는 눈치다. 석유공사가 장기계획으로 해외자원기업 인수합병(M&A)에 65억 달러를 책정해두는 등 이들 자원·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은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무차장 시절 자원외교 차원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를 많이 다녔기 때문에 현안을 잘 알 것”이라며 “본인도 업무 성과로 인정받고 싶어할 텐데 이런 의지가 서로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걱정스런 시선도 강하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야 하는 에너지자원 분야에 정치인 출신이 오는 것 자체가 좋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경부 2차관은 김영학 현 차관, 지경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재훈 전 차관 등 상공부와 산업자원부 시절부터 전문성을 쌓은 관료들이 맡아왔다.

특히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받는 인사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박 내정자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이다보니 아무래도 시시콜콜한 행동이 구설에 오르고 비판받을 소지가 크지 않겠느냐”며 “외풍에 시달리다보면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해야 할 업무들을 망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일각에선 공무원 출신인 장관 내정자와 실세 차관의 의견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정책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