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오바마보다 빌 클린턴
입력 2010-08-15 19:23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다.
우선 선거와 관련된 두 사람의 정치적 스케줄을 보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주와 이번주에만 플로리다, 아이오와, 미시간, 텍사스, 조지아, 메인, 콜로라도 주를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이다. 전국으로 유세를 다닌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정도다. 이달 말까지 10여 군데 더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러 간다.
지난 10일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민주당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에 비해 그다지 행사가 많지 않다. 낮은 지지도 탓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일부 주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지역도 있다.
하원 435명 전원과 상원 37명(3분의 1)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가 51%로 ‘민주당이 계속 다수당이 돼야 한다’(43%)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민주당은 중앙의 지원이 다급하다.
후보에 대한 지원은 두 종류다. 하나는 각 후보의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후원금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후보나 당의 정치집회에서 연설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전·현직 대통령 간에 뚜렷이 나타나는 차이점이 있다. 이달에 오바마 대통령이 간 곳은 대부분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횟수도 많을 뿐더러 모금행사나 정치집회를 가리지 않고 참석했다. 이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중도 및 공화당 지지 성향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로부터 더 높은 대중적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중도 성향의 60%, 공화당 성향의 30%가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호감도는 각각 50%, 17%였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호감도에서도 클린턴 86%, 오바마 83%로 조사됐다.
그러나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시작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지원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정치 전문가들도 선뜻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