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일세, 신중하게 접근해야
입력 2010-08-15 17:51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통일세 신설 문제다. 이 대통령은 “통일은 반드시 온다.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며 “이 문제를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 주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통일세 논의’ 제안은 경축사 준비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소신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통일은 언젠가 올 것이고, 그렇다면 그 준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독일의 경우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통일 후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제안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문제는 이번 제안이 그리 시의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통일세 같은 ‘먼나라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푸는 데 전심전력을 기울일 때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천안함 폭침 사건 등으로 현재의 남북관계는 김영삼 정부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남북간 인적 물적 교류가 중단되다시피 했고, 휴전선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한 일차적 책임은 물론 북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남북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효율적인 ‘현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통일세 제안에 대해 ‘뜬금없는 주장’이라고 폄하한 야당 논평은 이런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고 본다.
통일세 제안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다. 청와대는 북한의 특정 상황, 즉 북한 내부 붕괴와 그에 따른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북한 당국이 그렇게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결국 이번 통일세 제안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 통일세는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자칫 남남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