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서출과 사대부 여인 얼마나 애틋한 사랑이기에… 미리 본 뮤지컬 ‘피맛골 연가’

입력 2010-08-15 17:29


뮤지컬 ‘피맛골 연가’는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뮤지컬 중에 하나다. 음악은 귀에 착착 감기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절함은 뇌리에 남았다. 지난 12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피맛골 연가’ 연습실을 찾아 미리 살펴봤다.

‘피맛골 연가’는 요즘 뮤지컬 흥행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 스타가 없다. 하지만 2년 동안 대본과 음악을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라 아이돌 스타가 있고 없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연과 조연을 망라해 무대에 선 배우들은 이름값보단 실력으로 ‘피맛골 연가’를 빛낸다.

올해 초 ‘모차르트’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박은태는 글재주에 능하지만 서출 출신의 상처를 안고 있는 김생을 맡아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학에서 돌아와 ‘로맨스 로맨스’로 조용하게 복귀를 알렸던 조정은은 오랜 만에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청순한 느낌의 사대부 여인 홍랑으로 분해 매력을 발산한다. 이야기의 화자 역할을 하는 행매 역의 양희경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50여명의 뮤지컬배우들은 한국무용부터 재즈댄스, 힙합, 현대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춤과 노래를 소화하며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피맛골 연가’는 서출 출신인 김생과 사대부 여인 홍랑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1막은 1600년대 피맛골을 배경으로 우연히 만나 짧은 사랑을 하게 된 김생과 홍랑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2막은 1930년대 경성으로 무대를 옮겨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김생과 홍랑이 하룻밤의 연을 맺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의 기본인 음악은 ‘피맛골 연가’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메인 테마인 ‘아침은 오지 않으리’는 김생과 홍랑이 함께 부르는 듀엣 곡으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 하는 두 사람의 심경이 담겨 있는 애잔한 곡이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 곡을 중심으로 1막과 2막은 다양한 변주를 하며 만족감을 준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1막에서는 해금, 피리,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기를 이용한 연주와 사물놀이 등이 등장한다. 근대가 배경인 2막에서는 1930년대 스윙 재즈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힙합까지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극본은 ‘하얀 앵두’ ‘벽속의 요정’ 등을 쓴 배삼식 작가가 맡았고, 음악은 ‘싱글즈’ ‘형제는 용감했다’ 등의 음악을 만든 장소영 작곡가가 담당했다. 이밖에도 유희성 연출, 이란영 안무가, 서숙진 무대디자이너 등 노련한 제작진이 참여했다.

‘피맛골 연가’의 R석 표 값은 5만원이다. 대형 뮤지컬의 표 값이 10만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것은 이 작품의 경쟁력을 한껏 높여준다. S석은 4만원, A석은 3만원, B석은 2만원이다.

‘피맛골 연가’는 9월 4일부터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02-399-1114∼6).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