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뒤 목 통증, 증상 주의깊게 살펴야

입력 2010-08-15 17:24


‘편타성 손상’ 외상성 두경부 증후군, 원인과 대처 방법

“정확히 5월 16일 골목길에서 자동차에 허리를 받혔습니다. 당시 운전자 안내로 방문한 병원에서 검사 결과 이상 없다고 해 1주일 입원 후 퇴원했지요. 그런데 한 2주 전부터 등 쪽이 누구한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가 안 아프기를 반복합니다. 정말 괴로운데, 주변에선 꾀병이라고 하니 미치겠습니다.”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의 하소연이다. 사고 당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통증이 몇 달이 지난 뒤 재발, 지속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위에는 교통사고를 겪은 뒤 검사 상 뚜렷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이런 후유증이 일어나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경찰청이 집계한 교통통계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자동차 접촉 사고는 총 21만5000건으로, 이중 상당수가 정면충돌(40.2%), 또는 추돌(26%) 사고였다. 이로 인한 대인 피해 부위는 목 46.6%, 두안부(머리와 얼굴) 27%, 허리 8.7%, 다리 8.7%, 팔 3.5% 등의 순으로 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른바 ‘편타성(鞭打性) 손상’으로 불리는 외상성 두경부 증후군이다.

편타성 손상이란 갑자기 발생한 충격에 의해 C자 모양을 유지하던 피해자의 목과 머리 커브가 순간적인 반작용으로 뒤로 밀렸다가 다시 앞으로 꺾이면서 발생하는 목뼈 부상을 가리킨다. 이 과정에서 머리와 목의 움직임이 마치 말을 부리는 채찍의 동선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병명이다.

사고 당시 충격이 심한 경우, 경추 관절 마디를 지지하는 인대와 근육이 찢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인접 부위에 신경통 및 근육통을 일으키게 된다.

문제는 편타성 손상으로 인한 인대나 근육 손상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일반 X-선 검사는 물론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같은 방사선 검사를 해봐도 ‘이상 없음’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때는 사고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기본 원칙이다.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송광섭 교수는 “특히 목 부위 인대 및 근육 조직 손상은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이에 따라 통증도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첫째 가장 경미한 단계인 경추 염좌 부상의 경우 목 근육 및 인대가 사고 시 충격에 의해 목뼈가 삐끗한 상태다. 이 때는 팔다리가 저리거나 마비되는 신경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머리에서부터 목뼈와 어깨에 이르기까지 통증이 있고 목을 숙이거나 돌리기 어려운 증상만 느끼게 된다.

둘째 유형은 사고 직후 목의 불편감과 구토감을 느끼고, 며칠 또는 수 주 동안 목 주위가 붓고 아프다가 점차 호전되는 경우로, 심한 편타성 손상이 우려되는 단계다. 사고를 겪은 지 3개월 전후부터 팔다리가 저리거나 두통, 어지러움, 시각장애, 청각이상 등과 목 운동 시 통증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셋째 본래 척추 신경이 압박 자극을 받는 상태, 즉 목 디스크가 있거나 협착증을 갖고 있던 환자들은 가벼운 충격에도 척수 신경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팔다리의 마비 증세와 함께 걸을 때 비틀거리거나, 배뇨장애까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송 교수는 “교통사고 후 목이나 어깨의 통증 뿐 아니라 어지러움과 두통을 느끼거나 팔다리의 감각 또는 움직임에 이상이 있을 때는 편타성 손상에 의한 신경 손상일 가능성이 있으니 정밀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통사고에 의한 편타성 손상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운전 시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