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황금물고기’서 냉혈여인으로 변신한 배우 조윤희

입력 2010-08-15 17:39


배우 조윤희(29)에게 청순한 외모는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단아한 웃음과 선한 눈매가 돋보이는 외모 때문에 그는 처연하거나(이수영 뮤직비디오 ‘덩그러니’), 순수한 캐릭터(드라마 ‘열혈장사꾼’ 다해 역)를 줄곧 맡아왔다. 어떤 표정을 지어도 착해보여서 고민이었던 이 배우의 눈에 요즘 독기가 잔뜩 올랐다. MBC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오후 8시15분)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버림받은 후 냉혈여인으로 변하는 한지민을 연기하면서다.

12일 서울 논현동 한 미용실에서 만난 조윤희는 차갑고 독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머리와 화장을 바꾸고 있었다.

“시놉시스(드라마의 개요)를 받았을 때 지민은 변화가 큰 캐릭터여서 매력을 느꼈어요. 청순하고 발랄했다가 복수를 결심하면서 다소 무섭고 독한 여자로 변해요.”

드라마는 순수하고 여린 지민이 연인 이태영(이태곤)에게 배신당하면서 복수의 서막이 오른다. 태영이 지민의 집안을 무너뜨리자, 지민은 복수를 위해 태영의 장인인 정인의료원 이사장 문정호(박상원)의 사랑을 이용한다. 태영이 정호와 결혼하려는 지민을 찾아와 협박하지만, 지민은 매서운 눈으로 쏘아볼 뿐 미동도 않는다.

“복수하는 역은 처음이어서 너무 재미있지만, 눈빛 연기가 어려워요. 감독님이 독한 눈빛이 약하다고 해서, 속에서 악을 더 끌어내려고 끙끙대요.”

극중 문정호와의 나이차는 23살. 아버지뻘인 정호와의 결혼이 임박하면서 시청률은 15∼17%(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치솟고 있다. 다소 극단적인 전개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스무 살도 더 차이 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그 남자가 헌신적으로 사랑한다면 나중에는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윤희는 2002년 SBS 드라마 ‘오렌지’로 데뷔한 후 뚜렷한 흥행작이 없었다. 그는 “착한드라마로 평가받은 ‘열혈장사꾼’도 시청률이 잘 안 나와서 속상했다. 시청률이 좋지 않으니 사람들이 몰라본다”면서 “하지만 지민 역을 맡은 후부터는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어떤 식당의 아주머니가 누룽지를 싸주며 ‘태영이 약만 올리고 정호와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고 부탁할 정도로, 그는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민과 정호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웨딩마치를 올리면서, 복수극은 절정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여배우로서는 잊지 못할 웨딩드레스 촬영이 코앞인데 기대되지 않을까.



“행복해서 결혼하는 거면 화사하게 보여야겠지만, 복수심을 품고 결혼하는 거니까 예쁘게 보이기보다 비장하게 보이겠죠? 참 슬픈 신부여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게다가 결혼하는 남편이 쉰 살이니(웃음).”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