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버린 휴가… 쓰레기 몸살
입력 2010-08-15 17:56
전국의 산과 바다, 계곡 등 여름 피서지가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술판과 고성방가가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가 하면 취객 간 몸싸움이 벌어질 뿐 아니라 깨진 술병과 폭죽용 철사가 백사장과 하천바닥을 뒤덮으면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피서가 막바지에 접어든 15일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강릉 경포해변에서는 술병과 음식물, 비닐봉지, 돗자리 등 각종 쓰레기를 합해 하루 평균 12∼13t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차량 3대와 35명의 인력을 동원해 하루 4차례 씩 청소를 반복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강릉시는 지난해 지역 내 22개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 17억3000만원 가운데 해변 쓰레기 처리비용으로만 4억900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7∼8월 강원도내에서 발생한 쓰레기양은 속초 1740t, 동해 884t, 강릉 667t 등 모두 6491t이었다. 올해는 이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지자체들은 보고 있다.
남해안도 다를 바 없다. 경남 거제의 해수욕장들도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학동 몽돌해수욕장에서는 매일 오전 4시 6개 업체 40명의 청소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거제시내 13곳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매주 10만여명으로 지난해보다 20∼30% 줄어들었지만 수거되는 쓰레기의 양은 주당 2t 가량으로 변동이 없다. 오히려 피서객 1인이 버리는 쓰레기 양은 더 늘어난 셈이다.
산과 계곡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말부터 대구 팔공산 각 계곡과 집단시설지구 등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양이 주말 기준으로 20t까지 늘어났다. 지난 6월 하루 평균 7t이던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양이다.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지뢰’가 돼 다른 피서객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피서철 주말이면 5만명이 몰리는 울산 일산해수욕장에서는 하루 평균 2∼3명의 피서객이 폭죽 잔해에 발이 찔려 상처를 입고 있다.
울산 동구는 일산해수욕장에서 평일 하루 평균 1.5t, 주말과 휴일에는 4∼5t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 가운데 폭죽 쓰레기만 매일 마대자루로 10개씩 치우고 있다. 동구보건소 관계자는 “폭죽 지지대로 쓰인 뾰족한 철사에 발을 긁히거나 찔려 다친 피서객이 속출하고 있다”며 “시민의식이 날이 갈수록 실종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 cdw@kmib.co.kr